사랑만이 답이다

by 느닷

학교 복도를 걷다 마주치는 아이들은 내게 다양한 인사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따 도서관 갈게요~

히~ (손바닥을 좌우로 흔들기 )

사서쌔앰~ (팔을 좌우로 흔들기 )

아까 도서관 갔었는데 선생님 없었어요잉~ (눈인사 )

어? 도서관에 선생님이다! (손가락질 인사?)

안냐세욥! (뛰어가다 고개 까딱이며 인사 던지기 )

아아앙~ (소리치며 폭 안기기 )


도서관을 나서는 아이들의 인사도 다양하다.

이따 올게요~

내일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주말 잘 보내세요~

저 먼저 갈게요~

수고하세요~

쌤 빨리 퇴근하세요~ (동료인 줄…)

꼬맹이들은 인사를 참말로 잘한다. 가끔은 인사를 넘어선 인사로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쩌다 미세먼지 한 점 없이 맑은 어느 날. 급식소에서 양손 가득 식판을 들고 가던 2학년 아이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왼쪽 눈을 찡긋 윙크하며 미소 짓는다. 아이코! 젊은 날에도 못 받아본 윙크를 초등학교 급식소에서 받게 될 줄이야~ 자신의 윙크에 선생님이 화답하리라 확신하는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가 눈부시다.


심쿵하며 돌아서다 1학년 아이의 엣지 넘치는 뒷모습과 마주하고 말았다. 턱과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고 물컵의 물을 마시면서 왼쪽 다리를 사선 뒤로 보내 발끝으로 바닥을 콕 짚으며 균형을 잡고 선 품새가 영락없는 발레리나다. 물컵을 든 오른손의 새끼손가락 하나를 곧게 뻗는 자연스러운 마무리. 발레복처럼 펄럭이는 플레어스커트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이 앙증맞다. 엄마 미소를 짓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지런한 치열 한쪽 끝에 이 빠진 구멍을 뽐내며 활짝 인사한다. 허~ 지가 이쁜 줄을 안다! 내게 딸이 없는 것도 알아챈 건가 싶다.


나의 8살 인생도 저러했을까? 백번 양보해서 긍정적으로 되짚어봐도 저렇게 확신 가득한 자신감은 없었던 것 같다. 응축된 사랑이 흠뻑 배여 있는 아이들의 몸짓을 마주하고 서면 구부정했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르고 만다. 국민학교 시절의 내 고개는 늘 바닥을 향해 있었다. 아마 당시 내게 학교는 아주 엄중하고 무서운 곳이었던 것 같다. 태산 같은 담임선생님의 뾰족한 뿔테안경, 깜빡한 준비물, 까먹은 구구단, 도통 이해 못 할 산수시험, 못다 한 숙제, 손바닥 회초리의 쓰라림, 복잡한 복도, 너무 넓었던 운동장. 나는 선생님과 눈을 똑바로 마주쳐 본 기억이 없는 소심한 학생이었다. 뭐가 뭔지 도통 이해 못 할 일들로 하루가 저물면 나는 작은 내 방 책상 아래에 쪼그려 앉아 책 속으로 숨어들곤 했다.


학교라는 거대한 건물은 어른의 시선에서 만들어지고, 어른의 기준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건물이지만 어쩌면 학생들이 쉽게 이방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곳이다. 학교도서관은 이 엇박자의 긴장감을 줄여줄 수 있는 제일 만만한 장소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꾸려진 도서관에 드나들다 보면 자연스레 이 공간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도서관은 부디 다정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꼬맹이들에게 미소로 답하고 힘차게 인사를 건네며 어린 날의 ‘나’까지 함께 끌어안아 본다. 인사말을 싣고 떠오르는 공기 틈으로 정겨운 사랑이 피어난다. 어디서든 사랑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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