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직장인이 되어도

여전히 어린이

by 그림토끼

글쓰는 일은 어렵다. 글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어렵다. 우주 세상에서 먼지 같은 내가 쓴 글이 대수라고 끊임없이 검열하고 편집한다. 남이 읽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서 솔직하게 쓰지만 스스로 검열하는 것은 여전히 읽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아직 솔직하지 않다는 것.


먹은 음식을 토해내듯이 써내려간 글들은 다시 읽을 수 없는 글이 되어버리고 단어단어 신중하게 쓴 글은 속도가 더뎌 쓰다 지쳐버린다. 쉽고 잘 읽히고 공감되고 그러다 재밌기까지한 글을 쓰고 싶다. 한글만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게 문제.


일월 글쓰기가 미뤄졌다. 연휴가 시작되어 겨우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데 바빴다라기보다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부담스러웠다. 어떤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바쁜 와중에도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보지않나. 결국 내가 게으른 탓.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져버려서 이번달 글은 무엇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어쩌다 매달 글을 쓰고 있는데 스스로 그러자 정한 것은 아니고 뭔가 끄적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주기가 그랬다. 매일매일 특별할 것이 없는 보통의 날들이어서 머릿속에 쓸거리가 쌓이려면 한달정도는 걸리나보다.


쓸거리가 생겼는데 그걸 깊이 생각하고 구조를 짜보고 단어를 고르는게 부담이었다. 잘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 그냥 써버리기 시작하면 또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이기도 하는데. 운동을 하러 나가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첫문장을 시작하는 게 가장 어렵다.

해가 바뀌면서 올해도 나이가 들었지만 나는 한뼘만큼도 성장하지 못했다. 뾰족한 시선을 불편해하고 나를 싫어할까 전전긍긍하고 잘지내고 싶어서 아등바등한다. 누가 좋다고하면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고 누가 싫다고 하면 우물쭈물 마음이 쪼글아들어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싫게 보이는 나의 모습도 나라고 인정해버리면 그만인데 아직 나의 좋은면만 보고 사랑만 받고 싶은 어린아이.


성숙한 어른인 척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내 마음은 초등학생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다. 종종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보여주는 중년 사람들을 미숙하다 욕하는데 이건 그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교사.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부디 조금이라도 성장해있기를.


내 마음처럼 알 수 없는 것은 영원히 알수 없는 채로 두기로 한다. 굳이 지금 억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진다면 또 알게되는 거지. 나의 삶은 정답이 없고 그동안 없는 정답을 맞추려고 꽤 애를 써왔던 것 같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늘 시간은 가고 다시 시작된 새해를 핑계로 올해도 나와 잘 지내보자는 식상한 생각을 제주에 와서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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