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게 있을리 없지.
미움으로 가득찬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틈틈이 가져보았다. 좋은 사람들과 웃고 지내는 시간이 즐겁다고 내 마음 속 미운 마음이 없어지나. 마음이 속상해도 돈벌이는 해야해서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데 과연 그것과 이것은 등가교환인가.
사회생활이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무례한 말들을 듣고도 그냥 넘어가는데 그래야하는 이유는
- 그들이 못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 그들과 매일 얼굴을 봐야해서
- 그들과 공통 지인이 있기 때문에
- 정색하면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수도 있어서
내가 종종 쓰는 방법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무례한 말에 대한 나의 방어는 못들은 척 하는 것이다. 매번 모른척 넘어가기 일쑤인데 요즘처럼 한꺼번에 무례한 말들이 나에게 꽂힐 때는 모른척하기가 조금 버겁다. 그동안 무례한 말들에 면역이 생겼다고 생각 했는데 나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이제는 당황하지 않을 때도 된 것 같은데 막상 무례한 말을 들으면 항상 어리둥절하고 당황해서 제때 화를 내지 못한 적이 많다. 화낼 타이밍을 놓쳐버린 나에게도 부끄럽고 진짜 쿨하지도 못한 주제에 쿨한 척 넘어가 놓고는 자기 전에 생각나고 분하고 다음에 그사람을 마주치면 또 생각나서 혼자 째려보고 모른채 해버린다.
착하고 친절한 나에게 왜 이러지? 친절한게 언제부터 만만하다와 동의어가 되었나. 그 와중에 내가 확실히 하고 싶은 건 무례한 사람들이 나쁜거지. 내가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례한 말을 뱉은 사람은 본인의 실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다 내가 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오히려 본인들이 상처받았다며 비난을 나에게 토스하기도 한다.
요즘 내 마음 속에 싫고 거슬리는 말들을 적어보았다.
언니 노잼이야. / 내가 노잼이라고? 맞아. 노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말에 긁힌 내가 문제였다. 하지만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유쾌한 수다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친구와 있을 때는 그 친구가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는 듣고만 있었던 건데 나도 재미없었다고.
좋게 말하면 그 친구가 솔직한거지만 나는 무례라고 생각한다. 곧 그녀의 결혼식인데 갈지말지 고민될 정도. 결국 돈만 보내고 가지 않았다. 나의 소심한 복수.
언니가 골라준거 촌스러워. / 촌스러운게 왜? 내가 좋다는데.
타인의 취향뿐만 아니라 타인의 어떤 단면만 보고 평면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해버리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말을 해버린 그 친구가 경솔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 친구는 모르겠지.
아 알았어 알았어 해줄게. / 너가 해주는 게 아니라 너가 해야하는 일을 알려준건데 마치 빌려준 돈 독촉한 사람 대하듯한 태도가 불쾌했다. 내가 도와준 건 호의였는데 돌아온 건 불쾌함이라 한동안 그 친구를 보고 싶지 않아졌다. 종종 밥도 먹고 이야기도 재밌게 나눈 사이인데 심지어 일 잘하고 똑부러진다고 생각한 친구인데 왜 그랬을까.
주임님 변했어요. / 뭐 어디가 어떻게 변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볼래? 나이가 많아지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하는 건데. 밑도 끝도 없이 변했다니 무슨 말이지. 이런 게 불편한게 꼰대인건가.
00이 주임님 욕하던데요. / 여러번 이런 얘길 해서 또 그러면 이제 정말 그만 얘기 했으면 좋겠다고 하려고 했는데 이제 안하네. 이런 류의 대화는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저희는 이걸로 결정했어요. / 그럼 애초에 너희가 결정한대로 하지 그랬니. 내 약속에 갑자기 합류 하더니 메뉴는 이미 정했다고 해서 또 무슨 말인지 생각하는데 몇초가 걸린 것 같다. 애초에 왜 같이 먹자고 했냐고.
정한대로 따라 오세요. / 나도 같이 가는건데 나한테도 미리 의논해야 하는거 아닌가. 결과적으로 이건 나의 오해였다. 인정한다. 과거에 나와 의논없이 자기들끼리 결정해버렸던 동행들 경험때문에 그런 일이 반복되는 거 같아서 약간의 급발진이었다. 근데 알고보니 모두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때 결정된 일정이었다.
써놓고 보니 화를 냈어도 좋았을 상황에 굳이 참은 것 같기도 하고 굳이 내 감정을 낭비했나 싶기도 한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하다.
<내가 예민 했을 수도 있나에 대한 단상>
요가를 2주간 쉬고 있으니 마음 수련이 부족했다.
현재 호르몬 균형이 깨진 상태였다.
연애를 쉬고 있어서 내가 사랑이 부족하다.
내 순한 얼굴이 그들에게 오해를 부르는 건가.
이렇게라도 뱉어내지 않으면 정말 흑화해서 불꽃슛을 날려버릴까봐 소나기처럼 쏟아진 무례한 말들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곱씹는 과정도 유쾌하지는 않다. 곱씹다보니 그들이 더 과거에 했던 말까지 당시에는 무례하다고 생각 못했던 말과 행동까지 줄줄이 따라온다. 그 사람들이 낯설어졌고 내 마음은 여전히 피가 철철.
심란한 마음을 잊기에는 역시 뜨개질, 바느질이 최고.덕분에 작은 퀼트 손가방이 완성 되었다. 어떤 가수가 마음이 힘들 때만 노래를 만들어서 그 노래를 부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든 시기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고 한다. 내 작품들도 내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하나씩 생겨나서 어떤 건 볼때마다 어떤 기억이 소환된다. 하지만 바느질 땀과 손뜨개 코 사이로 내 심란한 마음들이 조금은 정리되고 잠깐 잊기도 하고.
요즘 글감도 없는데 눈물닦고 한편 써보자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발행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속상하다는 이유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었다.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자. 우선 다음 달 글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