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올해의 소설

급류와 탄금

by 그림토끼

내차례가 되기까지 거의 두달 넘게 기다린 것 같은데. 급류를 빌리려고 휴일인데도 사무실 근처 도서관을 가야했다. 휴일에 사무실 근처는 쳐다도 보지 않는 나로서는 급류가 꽤 급했던 모양이다.


급류를 다 읽은 날 공교롭게도 서울이 물바다가 되었다. 그래서 더 무섭기도 했는데 다행히 이야기는 안전하게 끝이 났다. 급류를 빌리고 신이 나서 읽기 시작했지만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이 있었다. ‘탄금’이라는 역사 소설인데 드라마로는 뭔가 부족해서 원작을 찾아 읽었다. 표지도 예쁘고 역시 글로 읽는 것이 이야기가 훨씬 풍부했다. 두 이야기에 동시에 빠져 있는 건 재미있는 경험이다. 급류와 탄금처럼 이야기가 점점 고조되어 절정에 치닫는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도담과 해솔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서로를 아프게 할 때 홍랑과 재이도 서로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렸다. 도담과 해솔이 탄금이라는 형벌을 짊어지고 사는것 같았고 홍랑과 재이가 급류에 휩쓸리고 있었다. 두 이야기에 빠져있다보니 아예 다른 두 세계가 얽키고 설켰다.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류에 휩쓸려버린 도담과 해솔이지만 돌고돌아 결국 서로에게 서로가 남아서 다행이었다. 엔딩이 조금 아쉬웠는데 불륜을 미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정당성을 줘버린 것 같아서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했다. 해솔이 간직했던 이야기를 기점으로 헝클어진 매듭이 갑자기 스르르 풀려버려서 긴장감이 조금 덜 했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탄금은 등장인물 각자의 이야기가 빈틈없이 잘 짜여져서 지루할 새가 없었는데 비밀을 가진 이들 덕분에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완성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비밀을 가지지 않은 이들은 조금 지루해졌다.


홍랑의 비밀은 이야기의 초반부터 아주 확실하다.

재이와 무진의 비밀이라면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을 사랑했던 것. 끝까지 민씨만 사랑하지 않은 심열국은 돈에만 욕심이 있었다. 뼈속까지 장사치여서 등장할 때마다 손이 떨리는 지경이었다. 사랑때문에 삐뚤어져 버린 민씨의 비밀은 육손이었고 육손의 비밀은 홍랑이었다. 의심은 했었지만 담백하게 한줄로 마무리되었다.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깔린 무속신앙 이다. 아들을 찾느라 만신이 굿을 하다 죽고 그의 신자녀는 모든 걸 꿰뚫고 있지만 시기에 맞는 정보만 흘렸다. 사실은 다 알려줬는데도 사람들은 알고 싶은 정보만 들으니까 몰랐을 수도 있겟다.


을분어멈이 평생 지고 살아온 비밀도 홍랑의 복수만큼 처절해서 읽는 동안 숨을 몰아쉬었다. 인회가 죽었을 때 마음이 아팠고 인회와 홍랑이 버텨야했던 시간과 세월의 고통이 전해져서 읽기를 멈춰야했다. 송월은 사랑때문에 복수를 하게 된걸까 본인을 죽이려고 한것이 괘씸해서 기나긴 복수를 시작한걸까.


하지만 마지막은 역시 권성징악. 남은 부영과 재이가 새롭게 잘 살거라는 마무리여서 안심하고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시각적으로 한번 굳어진 인상은 지워지지가 않는 게 소설을 읽는 내내 드라마캐스팅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었다. 드라마는 인볼텐데 드라마 속 그들은 이 얽키고 설킨 처절한 감정들을 잘 소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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