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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Aug 10. 2023

수영은 숨차려고 하는 거예요.

고급반이 로망인 사람

20대부터 나의 오랜 로망은

바로 수영 고급반이 되는 것이었다.


수영이 뭐 별 건가 배우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 공포증이 어마무시 있는 사람은 '수영 그까짓 거'가 잘 되지 않는다.


코로나 터지기 바로 1년 전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초급이라 호흡이 어설퍼 자꾸 코로 물이 들어오고 가을에 시작한 수영은 겨울로 넘어가면서

코로 들어가는 물과 함께 감기도 찾아왔다. 호흡기가 어지간히 약해서 한번 감기가 걸리면 이병원 저 병원을 다녀도 쉬이 낫지 않았고. 또 기어이 집에서 1시간 40분이 넘게 걸리는 호흡기전문내과로 진료를 가야 했다. 감기가 무서워 오랜 로망을 또 접어야 했고 그날은 마음이 무척이나 슬펐다.

수영은 할 팔자가 못되나 보다 생각했다.


이후 코로나가  터지고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또 수영에 대한 로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수영 고급반이 되고 싶다."


올여름이 시작된 7월 호기롭게 다시 수영을 등록했다.

수영실력이 지지리도 늘지 않은 사람이란 걸 전에 학습으로 알고 있던 터라 이번엔 사설기관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올림픽스포츠센터에 떡하니 등록했다.


처음 갔을 때 호흡을 알려 주었고, 그 다음은 발차기, 그 다음은 주구 장창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수영 배울 때  제일 무서운 건 물과 호흡이다.

물속에서 참아야 하는 숨, 그 진공 상태가 그토록 무서울 수없다. 곧 숨이 막혀 들어오는 것처럼.

그리고 물이다. 옆라인 수영실력 월등한 이가 바람을 가르듯 물을 가르며 지나가면 그 물살에 저어 멀리 밀려가 다시 제자리로 오는데 꾀나 용을 쓴 후에나 가능하다.






이 놈의 호흡은 왜 이렇게 안되는지 계속 헉헉대고 있을 때 수영강사의 한마디

"수영은 숨 쉬려고 오는 게 아니에요. 숨차려고 오는 거예요. 숨찬 게 당연해요. 숨찬다고 물밖에서 호흡을 가다듬지 말고, 제자리에서 음파를 하더라도 수영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호흡을 하세요. 그러면 호흡이 다스려져요!"


엥? 이게 뭔 소리. 물속에서 그토록 숨이 찼겄만,,

수영할때와 똑같이 물속에서 으음~ 그리고 입이 수면위로 나올때 파를 하면서 호흡을 다스리라니.

하지만 수영 신생아는 시키는 데로 잘하는 편이라 한 바퀴 돌고 죽을 것 같은 거친 호흡으로

다시 물속에 머리를 짚어 넣고 으음~ 파아!  으음~ 파아! 를 했다.


웬걸 4-5번을 이렇게 하니 그토록 거친 숨이 안정적으로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이거구나 싶었다. 수영하다가 숨이 차도 호흡에 안정을 찾을 수 도 있겠구나!이원리를 알면 물속에서 숨이 차도 공포감이 훨씬 덜할 것 같았다. 언젠가는 옆라인 고급반 언니들처럼 우아한 수영을 하게 될 수 있겠다. 는 희망이 생겼다.  


아니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예전에 수영 배울 때는 왜 하나도 깨닫지 못했을까?

살아가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문제가 있으면 그 속에서 해답도 찾을 수 있겠다. 싶어졌다. 주변이나 밖이 아닌. 그 속에서.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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