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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Aug 17. 2023

행복한 빚잔치

마음의 빚을 갚고 있는 중입니다.

이얏호! 드디어 초등학교 개학을 했다.

그 말인 즉, 좌충우돌 여름방학이 끝났다는 이야기.


애교 많고 사랑 넘치는 우리 집 둘째는

어제저녁 여름방학이 끝나간다며 시계를 보면서 하염없이 아쉬워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그리고 엄마 또한 끝나가는 방학이 살짝 아련하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어른에게 방학은 힘. 들. 다. ^^

방학이 끝나면 엄마는 쾌재를 부르곤 한다. 이렇게.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아이들 점심에서 행방이닷"

"하루종일 아이와 지지고 볶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나가는 방학이 아쉬웠던 건 아이의 초등생활동안 함께할 방학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마음에서다. 그전엔 일을 했던 관계로 아이는 방학에도 어김없이 7시 30분에 일어나 학교 돌봄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둘째는 방학을 딱히 반기지 않았다. 유치원방학은 그나마 며칠 아니지만 초등학교로 가면서 한참 길어진다. 그것 또한 야속했다.  옆집 친구가 설레어하는 방학이 우리에겐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더 외로웠다.





코로나를 포함한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던 덕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에 있는 엄마가 되었다.  아이와 처음으로 3학년 여름방학부터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둘째는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여름방학을 신나게 보내고 있으면서도 겨울방학이 언제부터 인지 확인한다. 방학에 열렬한 펜이 된거다.


 그 모습이 아프기도 미안하기도 했었다. 갖고 있던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방학 때면 혼신을 다해 신나게 놀아줬다. 특히 운동을 함께하길 원했다.

이럴 때는 아빠를 찾으면 좋으련만. 아빠는 엄마보다 더 못한단다.(어이구)

운동에 잼병인 엄마를 끌고 다니며 농구, 축구를 가르치고 헉헉대는 모습에 까르르 숨넘어가게 웃는다.

오후가 되면 손잡고 누워서 함께 영화를 꼭 봐야 한단다. 시간에 부담이 덜한 방학 때 맘 편히 보고 싶었단다. 넷플릭스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찾아 매일 알려주는 것 또한 엄마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이지만 우리에겐 함박웃음을 안겨주는 특별한 일들이다.


개학 전날 저녁 소파에 앉더니,

"엄마, 이번 방학 너무 즐거웠어요. 행복했어요. 감사해요."라고 한다. 그동안 고객맞춤 놀이로 다크서클이 흘러넘치고 있던 엄마에게 이것 말고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네가 즐거웠으면 그거면 된 거야. 00이 덕분에 행복했어."라고 답했다.


혼자 간직해 왔던 마음의 빚을 이렇게라도 조금은 덜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했던 또 하나의 찬란한 여름방학이었다. 그래도 겨울방학은 늦게 아주 늦~~~게 왔으면 좋겠다. ^^






사진출처: pixabay / in my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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