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 Aug 31. 2023

잘 죽기 위해 산다는 건

이것을 생각하면서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루하루 잘 죽기 위해 사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들은 어느 심리학자의 말-




그동안 잘 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다고 생각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쥐뿔도 모르면서 말이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보다  살아가야 하는 현실과 타협했다.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모르면서 그저 쌓인 문제집만 열심히 풀었다는 말이다.

뭐든 그 안에 있으면 안 보인다고 했던가. 한 발짝 물러서 바라보니 몽글몽글 말을 걸어오는 감정과 육체의 피곤함을 누르며 살아온 것뿐이었다.


김치통 안에 김치가 익고 익어 통하고 터지고 나서야 숨구멍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숨차 죽겠고만 혼자 세상 여유롭게 숨 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남편이라는 놈도 밉고 싫었다. 지나고 보니 그건 남 탓이었지만 말이다.


평소와 같이 밀폐된 김지통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시작됐다. 

의도치 않게 불현듯 찾아와서 한참을 머물렀다.

"계속 이렇게 살다 죽을래?"

"기어이 이렇게 나이 들어갈 거야?"

"끝까지 이렇게 살고 싶어?"


잠시 스쳐 지나갈 거라 생각한 질문은  답하기 전까지 자동문처럼 나에게 계속됐다.

결국  "나 죽을 때 말이야 정말 죽고 싶어."라고  답을 하고 난 후에야 질문은 멈췄다.






어떻게 하면 잘 살지를 생각하고 살았던 때보다

잘 죽으려면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는 요즘 머릿속이 훨씬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방향을 향해가는 걸음은 전 보다 풍요로워진 것 같다.


잘 죽는다는 것은 각자에게 의미가 다르다.

나에게는 어떤 것이 잘 죽는 것인지.

맞게 찾아가고 싶다.


자칫 끝까지 메마른 사막으로 살다 갈뻔했다.

비옥한 옥토가 되어 땅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오늘도 느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너 같은 딸이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