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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Sep 07. 2023

아들이 받은 손 편지가

나를 생각하게 했다.

저녁시간이 시작될 즈음 둘째가 책가방에서 작고 귀여운 엽서를 꺼내와 보여줬다. "엄마, 오늘 친구에게 편지 받았어요" 아주 귀여운 동물 그림이 그려진 어른 손바닥 만한 엽서였다.


00아, 우리가 벌써 친구로 알고 지낸 지 6년 정도 된 것 같아. 너를 알게 되면서부터 웃을 일이 많아졌어.

6년 동안 나를 웃게 해 줘서 고마워.


엽서크기에 비해 다소 적은 글자수 딱 3줄의 짧은 손 편지였다. 하지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따라 고마움과 따뜻함이 들어 있는 친구의 진심이 제삼자인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에둘러 말을 돌리지도 포장하지도 않은 담백한 편지. 초등학생이지만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은 마치 100살은 넘게 살아온 할아버지같이 지혜롭다.


이 짧은 편지로 진심이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내가 부끄럽기도

그렇게 살고 싶어 부럽기도 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이토록 담담하게 마음을 전해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는 편지를 쓸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또 그 편지를 받아 든 아들은 마음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이 주고받은 것은 수프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이다.


악필이라 손 편지로 용기 내어보긴 어렵지만

말이라도 말만이라도 마음처럼 따뜻하게 하며 살아가야겠다.


왜 항상 말은 마음과 다르게 나올 때가 많은 건지.

걱정되면 소리가 먼저 튀어 오르고 화가 나면 자꾸 애매한 문만 세게 치닫는다. 고맙다. 사랑한다. 말하기 어려워 두리뭉실 주변만 맴도는 말천지를 깔 때가 많다.


아들이 친구에게 받은 그 편지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잠시지만 깊게 생각하게 했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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