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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Oct 05. 2023

고향, 이제는 그 공기가 그리워

그동안 별 감흥 없던 고향이라 여겼지만 말입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났지만 물이 극도로 무서워 배 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덕분에 온 동네 친구들이 다하는 수영도 혼자만 못했다. 어류보다는 육류를 좋아하고 바다 보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어쩌다 바닷가에 태어났는지 이해불가였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이곳이 누군가와 뒤바뀐 것이라 여겼었다.


어느 순간 고향은 명절이라는 때가 되면 의무적으로 다녀와야 되는 곳이 되어 버렸고 더 이상 무슨 의미도 어떤 지지도 주지 못하는 곳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한참 어른이 되고  찾아간 고향은 언제나 그저 안온함과 평온을 안겨준다. 몸과 마음이 자란 이 조그만 바닷가 마을이 그때는 그저 심심하고 별 볼 일 없는 곳이라 생각했었다.어느새 시간이 흘러 여기서 살았던 것보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더 오래되었다. 고작 16년 살았거늘 이곳의 정감, 공기 그리고 맑은 볕은 나의 온 정서를 지배하는 것 같다. 


30대 초반 건강이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다. 걷는 것도 어지러워 힘들게 지내던 그때. "안 되겠다 직장을 접고 어린 딸을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가야겠다"는 마음이 떠올랐다. 생각지 못한 마음에 순간 놀랬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곳인데 죽을 것 같으니 절로 고향이 주는 평안함만이 나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우여곡절뒤 몸이 회복되었고 고향은 또다시 마음에서 사라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왔고. 여느 때 같으면 짐을 싸고 먼 거리를 가서 분주하게 있다가 또 그 먼 거리를 이동해 집에 도착한 후 고향에 푸짐한 인심까지 풀고 정리해야 되는 것이 적잖이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챙길 짐도 많아 더욱 그랬다.


이번 연휴달랐다.

한참 느리게 가는 시간. 여유로운 하늘빛. 그곳의 바람과 공기가 달디달았다. 새벽길을 한참 달려 도착했지만 피곤하지 않았고 다시 올라갈 일이 걱정되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이곳에 살고 싶다. 는 마음이 몽클몽클 올라왔다.


잘 모르겠는 이 마음에 적잖이 당황했다. 인생에 겨우 3할 정도밖에 살지 않은 곳인데 어떻게 이런 마음이 드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지금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든 힘들 때 숨 쉴 수 있는 나만의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유됨을 알았다.

그곳이 고향인 것 같다. 꼭 나고 자란 곳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여러분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사진출처: in my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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