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 Nov 30. 2023

벌써 12월

한달을 남겨둔 2023년

올초 작성한 다이어리를 보니 80% 정도는 그래도 실천한 것 같다. 그리고 20%는 계획만 세우고 하지 못했다. 남은 20%는 내년이 아닌 마지막 한 달 남은 12월로 넘기며 기대해 본다. 좀 더 힘차게 달려보자고 말이다.


수영에서 공포가 배가 되는 영법이 있다. 바로 배영이다. 자유형, 접영, 평영 모두 앞을 보고 나가는 영법인데 배영만 유일하게 몸을 뒤짚어 위를 보고 하는 것이라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5m 중  20m  왔을 때가 가장 막막하다. 이 정도면 거의 온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 왔다고 알려주는 천장에 나부끼는 깃발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면 "아,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걸까."라는 막막함에 맘이 요동친다.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마음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팔과 발을 좀 더 힘차게 저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왔다고 손짓하는 깃발이 나타난다.


오늘을 사는 이 하루도 한주, 한 달, 한해도 별반 다르지 않겠다 싶었다.  너도 알고 나도 알 정도로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도 앞이 깜깜해 무섭고 포기하고 싶을때. 가도 가도 안 나오는 이 길이 맞는지 답답하고 두려운 시간들이 분명 있다. 그럴 때 그냥 팔과 다리를 더욱 힘차게 휘저어 보리라 다짐한다. 반드시 머지않아 이정표가 보이리라.





큰아이 사랑이는 처음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안겨주었던 조금은 불편한 아이였다. 힘들어도 싫어도 아무 말없이 감내했던 아이. 늘 한참 지나 알게 되어 가슴을 먹먹하게 울렸다.  엄마에게 안기는 게 어색했고 엄마도 그런 딸을 두 팔 벌려 안기를 주저했었다. 늘 곁에만 맴돌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의 마음속으로 들어왔고  답답하게 했던 행동들이  그 누구보다 더 그 사람의 매력포인트라는 것을 이해했다. 지난 시간 주고 또 주고 붓고 또 붓고 이 정도면 됐겠지 싶어 기웃거려 보면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있는 듯했다. 여기서 얼마나 뭘 더 해야 되는지 몰라 기운 빠진 적도 많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사랑을 주었고 이제 마음을 활짝 열었다.


숨도 못 쉬게 종일 엄마를 불러 가슴 뛰게 했던 이러다 미치지 싶었던 그날들이 가고 지금은 밖에 바람이 많이 부니 조심히 오라는 말을 남기고 시크하게  전화를 끊는 스윗가이 둘째는 가끔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남겨 미소 짓게 한다.


이토록 애를 쓰는데 이 시간이 헛되면 어쩌나

늘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을 때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 불쑥불쑥 두렵기도 했던 한 해였다.  

분명 가족이고 한집에 살고 있었지만 서로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건 아닌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그런 날들이 되어 주었다.


 앞으로도 살다가 보이지 않아 두려울때면 주저 말고 다시 힘차게 나아가보자고 다짐 해본다.

그러면 분명 그너머 무지개를 만날 수 있을거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무물보선녀 서장훈이 건넨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