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둘째는 수많은 질문을 했고 엄마의 대답에 한참을 배꼽 부여잡고 깔깔거린다.그 모습이 눈이 부시게 행복해 보였다."왜 그렇게 엉뚱해요? 언제부터 그렇게 엉뚱했어요? 엄마는 정말 귀여워요."
첫사랑에게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귀엽다는 그 말이 심장을 데워줬다.
둘째는 유독 엄마에 대한 탯줄이 깊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똑같이 낳고 기른 사랑이와는 또 전혀 다른 색을 갖고 있는 걸 보니 타고난 것이리라 여긴다.
어느 날 멀쩡하다 갑자기 장이 끊어질 듯 아팠다. 통증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안방에서 거실로 기어나오는 것도 한참 걸렸다. 거실에 널브러져 배를 부여잡고 온 가족에게 아프다고 몸으로 말했던 날이었다. 그때 알았다. 사람이 너무 아프면 아무 말도 안 나오는구나 하고 말이다.
거실에 있던 남편은 그 와중에도 육하원칙에 의해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차분히 물었다.
된장, 그거 말할 수 있을 정도면 이리 기어 나왔을까. 이 인간은 죽을 때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물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이다.
동시에 둘째는 슬픔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아빠에게 빨리 방법을 찾으라고 소리친 뒤 119를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울부짖으며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끊어질듯한 장을 부여잡고 있으면서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아이의 슬픔이 더 애끓게 아팠다.
그때 새삼 내가 엄마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 뒤로는 최대한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을 했다.
민족의 명절 설연휴 가족 모두 함께 타고 있는 차 안에서 둘째가 입을 연다.
"아빠 저는요 엄마가 정말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예전에는 잘 웃지도 않고 뭔가 하기 바쁘고 누우면 1분 만에 잠드는 사람이었거든요. 일 그만두니까 너무 좋아요. 같이 있으면서 서로 많이 알게 됐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어른이 될 뻔했어요. 웃음도 많고 엉뚱하기 그지없고 장난도 너무 많은 귀여운 엄마예요."
"그,, 그래,,에" 남편은 멋쩍으면서도 어색한 답을했다."엄마가 웃는 게 좋아요. 웃는다는 건 행복하다는 거니까."아이의 말이 가슴을 때렸다. 온몸으로 사랑을 말하는 아이는 아프지 말고 더 인간답게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나도 내가 이런 사람인지 몰랐어. 이제 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야. 00아, 엄마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것 같아. 그걸 이제야 알다니 좀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아."어린아이가 알아듣기엔 어려울지 모를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어떤 여행작가의 저서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말아요> 中
그 변호사 다음에 다시 한번 그런 말하면 꼭 말해.
당신 한 시간에만 40만원 수당보다, 그 시간에 내가 아이들 밥 해주는 것이 난 더 귀한 시간이라고 꼭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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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위해 어차피 먹는 샐러드라면 맛있으면 좋겠고, 매년 원치 않아도 먹는 나이라면 기왕이면 맛깔나면 좋겠지. 맛대가리 없던 인생의 시기를 떠올렸다. 뻔한 맛.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맛. 어느 알만한 이가 tv에 나와 떠들어댄 레시피대로
자격증 한 스푼
인내 한 스푼
음, 조금은 덜 넣어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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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행복한 사람은 남들보다 행복한 일이 많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동일하게 주어지는 일상 속에서 사소하고 사사로운 행복의 요소를 흘려보내지 않는 사람, 과거의 것과 미래의 것에 연연하느라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사람, 길가에 쓰인 한 줄의 시에 발걸음을 멈출 줄 알고, 카페에서 울려 퍼진 재즈 음악에 심취해 잠깐이라도 낭만에 빠질 줄 아는 사람. 이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되고자 늘 노력하는 행복한 사람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