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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Jan 14. 2021

'소음'에 대처하는 자세

:  '쿵쿵쿵 둠둠둠둠' 하루 종일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새해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아침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렸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니 7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근처에서 공사라도 하나?'싶었지만 소리가 꽤나 가깝게 들려 슬쩍 창문을 열어 보니 위층에 누군가 새로 이사를 오는 듯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이사라니!!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지만, 어수선함에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정신없는 소음들 때문에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지만... '이삿날이니까 어쩔 수 없지!'싶어 참고 참으며 버텼다.


그런데 위층이 이사오고부터 시도 때도 없이 '쿵쿵쿵' 하는 소리가 나서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빌라로 들어오는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문이 반동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데 그때마다 '쿵쿵쿵'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쿵쿵쿵' 소리는 날이 갈수록 점점 커졌고, 낮에는 그저 인상을 찌푸리는 정도였지만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는 참기가 힘들었다.


들어오거나 나갈 때 문을 살짝- 잡아주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쿵쿵쿵' 소리가 '쾅쾅쾅'으로 점점 무섭게 변하는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그러다 결국 어제는 천둥 같은 소리가 나더니 문이 버티지 못하고 고장이 났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조용해졌다. 하지만 문은  고쳐질 것이고, 그럼 이 참을 수 없는 소음이 또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문 살살 닫는 거... 이게 어려운 일이야?'

'나는 앞집 아주머니를 신고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요즘 '소음'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친구는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가 올라와서 밖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안주할 만한 것들을 사서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단다. 그런데 마시기 시작한 지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배달음식을 시킨 것도 아닌데 누구지? 싶은 순간...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갑작스러운 경찰의 방문에 놀라 문을 열었는데... '소음' 때문에 신고가 들어왔단다. TV를 켜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남자 둘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소음 신고라니... 출동한 경찰들은 안을 살펴보고는 조금 머쓱해하면서 주의만 주고 돌아갔지만 일을 그저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친구가 받은 상처가 조금 컸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신고를 한 사람이 앞집 아주머니인 거 같았기 때문이다.


친구의 앞집에는 제법 연세가 있으신 아주머니가 혼자 사시는데 문 여는 번호 키 소리가 시끄럽다며 컴플레인 아닌 컴플레인을 한다고 한다. 이후 굳이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은 친구는 퇴근이 늦어, 늦게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번호 키를 누를 때마다 최대한 소리가 작게 들리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그런데 여러 명이 왁자지껄 떠든 것도 아니고,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니고, 그저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것뿐인데 경찰에 신고라니.  


그런데 신고보다 더 기 막힌 건... 앞집에선 주말이 되면 손님들이 오는지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목소리가 계속 들린단다. 앞에 당한 일이 있다 보니 친구 역시 소음을 참아야 하나? 신고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계속된다고. 결국 '생각'만 할 뿐 아직 '신고'를 한 적은 없지만... 편히 쉬고 싶은 주말, 집에서 TV를 보다가도 혹시나 소리가 크진 않은지 신경을 쓰는데 정작 앞집 사람은 아롱곳하지않고, '소음'을 발산하는 거 같아 화가 계속 난다고!




사실 '소음'으로 말하자면 우리 옆집을 빼놓을 순 없다. 우리 옆집에는 연습생이 산다. 언뜻 보기에도 나보다 어려 보이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연습생은 똑똑똑~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그리곤 어색하고, 수줍은 인사를 건네며 본인이 음악을 하고 있어서 다소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인사말과 함께 한라봉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이후 가끔씩 피아노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쿵쿵쿵 둠둠둠둠'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안타까울 만큼 열심히 연습하는 연습생의 애쓰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친한 동생이었다면 '엄마 속 이지 말고, 다른 길을 찾자!'라고 말해주고 싶을 만큼 듣기 좋은 소리들은 아니다. 그러니까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이 '소음'들은 때때로 참기 힘들 정도로 신경을 건드린다. 그런데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옆집 연습생은 쇼핑백에 이것저것을 담아 '한 해 동안 참아준 것에 대한 감사와 올해를 부탁하는 양해'가 담긴 손편지와 함께 문 앞에 걸어둔다. 마치 산타클로쓰의 선물처럼!


그리고 손으로 직접 쓴 편지에 뭉클한 나는 그동안 찌푸리게 했던 소음은 까맣게 잊고, 건네받은 쇼핑백에 목에 좋다는 물건들을 담아 연습생을 응원하는 손편지와 함께 옆집 문 앞에 걸어놓는다. 벌써 옆집으로 연습생이 이사 온 지도 몇 년이 흘렀고,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습생의 실력은 좋아지지 않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내가 당연히 받아 들여아 하는 '소음'으로 인지하고 있다.




'쿵쿵쿵 둠둠둠둠' 옆집 연습생은 오늘도 성실하게 연습을 한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이 '소음'은 내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소음'으로 인지하면서... 이른 아침의 이사 소리나 '쾅쾅쾅' 소리에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가만히 생각하다 보니 나를 화나게 하는 소음들에는  소음으로 인해 불편할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빠져 다.

   

백수가 되어 집에서 생활한 지도 14일째다.

여행도 못 가고, 커피숍마저 못 나가고, 그저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평소에는 그냥 넘길 수 있었던 일인데 유독 신경에 거슬리고, 화가 나는 것도 같다. 그리고 비단 이런 일은 나뿐만 아니라 재택근무로 인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지도.


그러니까 이렇게 예민해지는 때일수록 화를 내기보다 나부터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 배려하려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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