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저 두 사람이... 저기에 나란히 서 있는 거지?
지난 토요일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의 결혼식이었다. 오빠는 나의 사수의 소꿉친구였고, 언니는 나의 사수의 대학교 후배였다. ‘관계’라는 게 참 신기한데 나의 사수와 언니는 대학교 선후배지만 서로 대면 대면하고, 사수의 대학교 동아리 모임에 자주 놀러 갔던 오빠는 언니와 각자의 일과 연애를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절친이 되었다.
오빠는 언니를 볼 때면 ‘쟤를 도대체 누가 데려가지?’라는 생각을 했고, 언니 역시 오빠를 ‘돌쇠 같은 놈’이라고만 생각했단다. 그런데 20년이 지나 마흔을 넘기고서야 언니는 그 돌쇠의 마님이 되어 결혼식장에 나란히 서 있게 됐다. 두 사람을 오랫동안 봤지만 저 두 사람이 ‘결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내 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생각하지만, 인연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할 '짝'은 따로 있는 걸까?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는 확신은 언제 드는 걸까?
> 전주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친구는 그를 만나기 얼마 전까지 치열한 연애를 했던 터라 당장은 연애에도, 그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끊임없는 구애 끝에 두 사람은 결국 사귀게 됐다. 그리고 사귄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그는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결혼할 거야?”
“결혼은 무슨!”
평소 자유연애를 즐기던 친구는 호언장담하던 말이 무색하게 10월에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언제까지 나를 혼자 둘 거냐!!"
비가 주룩주룩- 오는 토요일 밤 버스정류장! 이실장님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로움에 몸부림쳤다. 이후 그녀는 미친듯이 소개팅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소개팅에 나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뿐이었다. 결국 그녀의 신세 한탄은 다음날 친구 아들의 돌잔치 자리까지 이어졌고, 이야기를 듣던 아직은 많이 어색한 친구 남편이 불쑥.
“그럼 내 친구라도 만나볼래요?”
“XX 씨 친..구요?”
“좀 그렇죠?”
“아뇨, 전 아무나.. 아니 아무 때나 좋습니다”
그렇게 만난 '친구 남편의 친구'는 이실장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야구와 맥주를 좋아했고, 대화가 잘 통했다.
“또 만날 거예요?”
“그냥 카톡 친구로만 지냈으면 좋겠어”
이실장님은 그 말을 꺼낸 지 1년도 되지 않아 청첩장을 내밀었다. '뭐 이리 갑자기 결혼이냐?'는 물음에 그와의 결혼이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를 만날 때면 어김없이 ‘나 만나 명품남’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친구 남편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이실장님은 여전히 카톡 친구로만 지내고 싶다고 했던 그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 “실컷 연애해. 그리고 결혼은 나랑 하자”
나의 사수는 군대 제대 후 복학을 앞둔 어느날, 같은 과였지만 얼굴만 아는 사이였던 지금의 와이프에게 '고백같지 않은 고백'을 받았단다. 다소 엉뚱한 그녀와 자취방에서 쌓아놓은 책을 읽다 보니 두 사람은 어느새 연인이 되었고, 이후 그녀는 숟가락만 들고 오라며! 두 번째 '고백같은 프로포즈'를 했다. 당시 사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를 놓치기 싫어 27살이라는 이르다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
>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생각했던 커플도 있었다. 선릉역 언니는 25살에 5살 연하의 그를 만나 9년의 연애를 했다. 언니 옆에 그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헤어졌다.
믿을 수 없어 이유를 묻자 언니는 그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고, 그는 결혼이 아니면 이별하자고 했단다. 헤어진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끔씩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고 한다.
“다시 만나보는 건 어때?”
“결혼을 안 할 거라면, 좋은 감정이 남아있을 때 정리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 그리고 또 한 커플, 벌써 10년 넘게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 안암동 친구에게 물었다.
“너희는 오래 사귀었는데 결혼 이야기 안 해?”
"하지.. 각자 1억을 모으면 그때 결혼하자고 했어”
"야, 둘이 먹은 술과 택시비만 합쳐도 1억은 된다며!”
안암동 친구는 결혼을 한다면 지금의 여자 친구와 한다고! 하지만 지금 상태가 편한데 '굳이 왜 결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여전히 1억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함께 맛있는 위스키를 마시며 잘 만나고 있다고 했다.
결혼할 '짝'은 따로 있는 걸까?
과거에는 연애가 지속되면 그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연애는 하고 있지만 결혼 생각은 없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오래 연애했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였던 사람과 갑자기 애정이 생겨서 결혼하기도 한다.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는 확신은 언제 드는 걸까?
'결혼 따위 필요 없어'라고 외치던 사람이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의 확신이 들지 않아 결국 이별하기도 한다. 첫눈에 반해 만나자마자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헤어지고 나서야 그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할 짝을 만났다고 해도,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라는 확신이 든다고 해도.. 인연이 결혼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에는 각자의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결혼은 그 시기가 나와 맞는 사람과 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