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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Jun 07. 2020

잠이 오지 않는 밤

: 원래 이별이라는 게 처음에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 사람과 이별 후.

똑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웃고, 떠들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잠이 들고. 매일 잠깐이라도 보던 얼굴이라 안 보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내 일상에서 사라진 게 생각보다 큰 일은 아니라는 것에 새삼 놀랐다.


그 사람과 이별 후.

서로에게 너무 얽매여 있지 말자던 약속 때문에 오랜 시간 만나면서도 각자의 일과 생활에도 충실했는데.. 분명 똑같은 24시간인데 하루가 더 길어진 것 같아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이전보다 더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똑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정신없이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웃고, 떠들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

그제야 그 사람이 내 일상에서 사라졌고, 우리가 이별했다는 게 실감이 난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어는 날.

애먼 휴대폰 속의 메시지 창만을 띄워놓고, 지우지 못한 메시지들을 꺼내보면서 조금 더 참아볼걸 그랬나,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건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건지 생각해본다. 조금 더 노력했다 좋았던 시간들로 되돌아 갈 수 있었을 생각해본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수많은 생각의 끝에서야 비로소 몇 번의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알게 됐던 진실과 마주한다.

그 사람의 세계에 더 이상 내 자리는 없다.

내가 먼저 놓아야 하는 끈이라는 걸, 언젠가는 놓아야 하는 끈이라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한 마음에, 버리지 못한 마음에 평화로웠던 내 세계가 다시 흔들린다.


잠이 오지 않는 밤.

그 사람과의 이별이 실감 날 때면 

함께 한 시간, 좋았던 기억보다

이별을 생각한 시간, 짙은 상처의 기억들을 꺼내본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이별에도 유통기한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에 끝이 있는 것처럼

이별에도 끝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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