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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Jan 22. 2021

교복이 그리울 때

학생 때는 교복이 싫었습니다. 불편하고 개성도 없으며 귀찮지만 입어야 하는 옷이었습니다. 마음대로 꾸미지도 수선하지도 못 하는 교복은 자유를 얽매는 족쇄로 느껴졌습니다. 교복을 벗을 수 있는 주말이 좋았습니다. 당당한 미래의 모습을 꿈꾸면서, 하루빨리 교복을 벗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교복을 벗은지 수년이 지나고 나니, 이따금 교복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교복을 입어야만 했던 그 시절에는 현재보다 '미래'가, 결과보단 '희망'이 우선 되었습니다. 당장의 성적이 좀 안 나오더라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마지막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 더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미래와 희망을 놓지 않으며 살아가던 시기였습니다.


다 커버린 이제는 교복을 입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말에라도 교복을 입을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만 같습니다. 지난한 평일을 버티고 난 후 주말에 교복을 입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다시 교복을 입고 싶습니다. 희망보단 좌절이, 미래보단 현실에 짓눌리는 지금에서 잠시 떠나고 싶습니다. 교복이 그리울 때는 희망이 그리울 때였습니다.


아직 교복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옷장 한 켠에 교복이 놓여 있습니다. 더 이상 입을 수는 없지만, 희망의 상징이었던 교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박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희망의 상징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희망을 주는 물건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힘이 되기도 합니다. 현실감에 짓눌릴 때면 교복을 꺼내 잠시 그때의 희망을 되찾으러 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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