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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Jan 20. 2021

오늘을 사는 강아지

저희 집에는 강아지가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강아지보다 똑똑한 건 당연하지만, 가끔은 강아지가 더 현명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강아지의 행복한 표정을 볼 때입니다. 강아지는 주인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표현합니다. 행복을 숨기지 않고 미루지도 않습니다.


강아지는 오늘을 살아갑니다. 반면 사람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과 미래를 위해 살아갑니다. 강아지는 나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남기지 않습니다. 사람은 나중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 고통을 감내한다고 해서 과연 나중에는 반드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나중의 행복은 누구도 보장하지 못 합니다. ‘행복보험’이라도 들었으면 몰라요. 행복에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보험 따윈 없습니다. 어렸을 적엔 어른들의 거짓말을 믿곤 했습니다. '지금 다 포기하고 희생하면 나중에 보상받는다.'라는 달콤한 거짓말을요. 물론 적당한 감내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나까지 죽이는 감내는 미래의 나에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행복을 누리기보단 미루기에 익숙합니다. 행복을 누리는 일이 마치 떳떳하지 못한 모습처럼 느껴지고, 행복을 미룬 채 정신없이 보내는 삶이 옳은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사는 강아지가 내일만을 사는 사람보다 행복한 이유 같습니다. 하루가 다 지나기 전에, 혹시 오늘도 행복을 미루진 않았나 잠들기 전에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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