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필요한 순간

성격 때문인가, 칭찬을 잘 못한다. 사람을 만나면 누구에게나 보이는 각자의 대단함이 있다. 그럴 때면 존경은 물론 때로는 인간적인 부러움과 질투마저 살짝 느껴지지만, 느꼈던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거나 표현하는 걸 어색해한다. 그러다 결국 뱉어내지 못하고 안에서 삼킨다.

칭찬 못하는 걸 알기에 칭찬을 바라지 않았다. 간혹 칭찬을 들을 때면 익숙지 않아 겸연쩍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칭찬이 고팠다.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서. 모든 게 너무 어려웠다. 일이나 인간관계, 외모와 능력은 고사하고, 이제는 믿어왔던 내 가치관이나 신념마저 확신이 안 들었다.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살아가는 일까지,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은 늘 아니었지만 꾹 담아왔던 자존감으로 버텨내곤 했다.

비슷한 듯했던 자존감과 자신감은 결이 달랐다. 자존감은 스스로 다져야 하지만, 자신감은 혼자서 채울 순 없다. 혼자서만 채워냈던 자신감은 자만으로 빠진다. 뭐든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잘못 굳어진 다짐이, 어느 것이든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말로 줄곧 다그쳤다. 그러다 자신감은 자만으로 빠져 뭐든 혼자 해낼 수 있는 줄로 알았다.

자신이 없다. 칭찬이 필요한 순간인가 보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했다. 서로의 바쁜 나날에도 굳이 작은 틈을 찾아 날짜를 잡아냈다. 낯간지러운 말에 자신이 없지만, 만나면 우선 그간 못 전했던 칭찬을 건네야겠다. '자신'을 채워줄 사람은 자신이 아닐 때도 있다. 그럴 땐 우선 자존심을 내려놓는다.

내가 받고 싶은 게 있다면, 남에게 먼저 줘야 한다. 혼자서 채울 수 없는 부분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객기와 자존심을 부릴 일이 아니다. 되짚어 봐도 칭찬을 받았을 때 부끄러운 적은 있었지만, 그게 진심이었을 때 기분 나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고고한 척 자존심 내새우지 않고 솔직히 털어놔야겠다. 자신이 없다고, 칭찬 좀 해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