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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11. 2022

생활도 일련의 텃밭을 가꾸는 일인데

지금이 영원한 듯이 살아간다. 한때는 그랬다. 당장 한 걸음이라도 쫓아가고 싶어서, 한 발이라도 더 앞서고 싶어서. 하루 이틀 해봐도 견딜만하고 버틸만했다. 목하 누리는 체력과 건강, 정신력이나 멘탈이 줄곧 이어지리라 믿으며. 밤새워 무리하고, 인스턴트로 점철하며 자극적인 자극에 범해지면서. 그런데 경주마의 평균 수명은 길어야 3년이란다. 말은 대개 30년까지 산다는데.


조바심이 생겨날 때면 현재를 우선 희생시키곤 했다. 미래를 볼 수 없어 현재가 노상 영원할 듯이 느껴졌다. 미래를 잠시나마 들춰볼 수 있다면 후회만 남을 턴데. 생활도 일련의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 그래서 채근할 것 없다. 꽃은 단박에 피어나지 않는다. 열매는 한순간의 다정함만으로 맺어지지 못한다. 한 날 한 날의 보살핌이 이어져 일평생 하나를 건져낼 뿐이다.


시들시들 죽어가는 텃밭이 있는 반면, 비바람도 거뜬히 맞아내는 텃밭도 있다. 하루의 차이로 나타난 결과가 아닐 테다. 오랜 세월의 보살핌이 가른 일이다. 일구고 가꿔주며, 때로는 돌봄을 잊기도 하지만 이내 돌아와 보듬으면서. 귀찮아도 매일 챙겨 보고, 애정이 앞선다고 한 번에 많은 걸 내어주지도 욕심이 앞선다고 한 번에 많은 걸 얻으려도 하지 않으면서. 어쩌다 일탈도 하지만 대부분은 규칙을 정해두며 따르려고 노력하면서 들여다본 텃밭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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