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에세이
어느 해나 추울 때까지 활동하는 모기가 있다. 이맘때면 모기가 없겠지 싶어 마음을 놓다가도 잠을 깨우는 모기가 꼭 하나씩 있다. 어제도 그랬다. 이왕이면 다리 쪽으로 가주면 좋으련만 그럴 때면 꼭 귓가에서 맴돌기만 한다. 불을 켠 뒤 깨금발로 허우적거리며 에둘러봐도, 이미 도망간 후다. 화를 머금고 짜증을 내며 각오를 다져도, 그럴수록 보이지 않곤 한다. 그럴수록 숨어버리는 모기다. 또는 보여도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거나. 저만치 천장에 붙은 모기를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온다.
사실 모기는 가만히 기다릴 때 가장 잡기 쉬워진다. 늘 그랬다. 잡을 준비가 다 된 상황에서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다가오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건 평소에 그토록 원하던 기회와도 맞닿은 모습이기도 하다. 찾을 때면 안 나타나고 포기하면 그제야 드러내는 모기처럼. 원치 않을 때만 잘 보이다가 정작 잡아야 할 순간엔 안 잡히는 새벽의 빈차처럼. 당장 필요에 허덕이면 나타나지 않는 기회처럼. 조급해할수록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우리처럼.
모기처럼 기회도 잡으려 쫓는 게 아니라 다가오게 만드는 거였다. 그러니 그럴수록 느긋해져 본다. 되려 여유를 가져 본다. 단지 지금의 일일을 잘 다져가 본다. 그러고선 다가올 모기의 날개 소리를 가만히 집중해 본다. 언제가 될진 몰라도, 반드시 다가오던 울림소리를. 마찬가지로 느닷없이 다가올 기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