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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30. 2022

언제 그만큼 멀어졌을까

과학과 에세이

저마다에겐 위성 같은 존재들이 있다. 목소리가 변하기 전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줄곧 만나던 절친이나 무슨 일이 있어도 곁을 채워주던 연인. 평생을 함께 보낼 듯한 가족들이나 매일 보던 반려동물과 같은 존재들. 태양 주위를 항시 공전하는 태양계 속 행성들처럼, 지구 근처를 상시 겉도는 달처럼. 평범한 날들을 언제나 함께 보내온 존재들이 남겨온 자국들을 보며, 남은 날들 또한 그러하리라 어렴풋 넘겨짚곤 한다. 지금의 안온감이 사위에서 죽 이어지리라 여기곤 한다.


그런데 영원이란 게 있을까. 영원불멸할듯한 우주에도 수명이 존재하는데. 영원히 지구 일변에서 지낼 듯한 달조차 사실 지구와 멀어져 가는데. 일 년에 3.8cm만큼,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대부분의 멀어짐에는 소리가 없다. 사람이 다가올 땐 다가옴이 내는 소리가 성큼성큼 큼지막하건만, 멀어짐은 늘 그렇듯 티 내지 않으며 조용히 떠나가기만 한다. 주위에 있을 듯한 사람들도 조금씩 조용히 멀어지곤 했듯이. 달처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천천히 멀어지는 거였으니, 몰랐던 경우 또한 다분했다.


사는 동안 모두가 자신만의 자전 주기를 따라 떠나기에 거리가 자연히 벌어진다. 지구가 하루 만에 360°를 회전할 때 금성은 꼬박 117일 동안 자전하듯. 자전뿐일까, 자기만의 공전 주기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지구가 1년 만에 태양 한 바퀴를 돌 때 화성은 687일 동안 돌 듯이 말이다. 그렇게 각자의 템포로, 각자의 방향으로 떠나간다. 한때는 분명 우리였는데, 어느 순간 나와 저들로 나뉘는 과정이었던 것 마냥. 그렇게 은연스런 멀어짐을 한참 뒤가 돼서야 알아가곤 한다.


혼자만의 자전에, 독자적인 공전에만 빠져 뒤를 보는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나만의 공전에 빠져 조용히 조금씩 멀어지는 위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기 위해 산을 오르듯이 이제는 지내온 사람들을 돌아보기 위해 한 번쯤은 쉬어 볼 시간을 내어줄 때다. 떠났던 위성 자리를 메우려 맞지도 않는 인공위성을 억지로 채워 넣어 보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테니. 잃지 않아야 할 위성마저 챙기지 못할 정도로 급속한 자전이었다면, 수정도 필요했던 법이다.


여행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돌아보고 돌봐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멀어짐에 서서히 익숙해져 가기도 한다. 사람 간의 간극은 아무리 애쓴들 붙들어낼 수 없는 영역이다. 점진적으로 누적될 거리감을 받아들이며, 위성과의 일원을 최대한 천천히 늦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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