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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30. 2022

겉보기 등급

과학과 에세이

어딜 가든 사람 참 많다. 학교나 일터에도 한가득, 도로만 나가도 북적북적이고. 혼잡함 속에서도 어렴풋 알아가는 게 있었다. 대다수는 내 인생에서 큰 의미를 주지 않을 사람들이란 걸. 내게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이고, 어쩌면 내 존재조차 모를 거란 사실을.


사람이 치여 가며 내 몸 하나 거두기에도 밭았다. 어느새 마음마저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겉보기에만 좋았던 사람과 진짜 좋은 사람을 가늠하고 싶었다. 진짜 좋은 사람에게는 나도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하지만 이 많은 사람 중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건 늘 의문이었다.


별에겐 두 가지 등급이 있다. 겉보기 등급과 절대 등급. 겉으로 보이는 밝기와 실제로 밝은 정도다. 실제로 그리 밝지 않더라도 거리가 가까우면 별의 겉보기 등급이 높아진다. 숱한 관계들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정도와 실제로 좋은 정도로서. 겉보기엔 높았던 등급이 막상 들여다보니 낮을 때도 있었고, 겉으로 글쎄 라고 여겼던 사람이 정작 가까이 다가가니 빛나고 있기도 했다.


이제는 일단 다가가 본다. 좋은 사람의 좋음을 구분하는 법은 별거 없다. 뭐든 제대로 보려면 가까이서 봐야 하는 법이다. 겉보기로 섣불리 판단했는지, 아니면 제대로 바라봤는지. 겉보기에 밝았던 사람에게 가려져 멀리 있던 진짜 밝은 사람을 못 보면 어쩌나. 반대로 누군간 내 빈약한 겉보기 등급만으로 오해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다.


뭐든 직접 보고 듣기 전까진 판단은 얼마간 흘렸으면 한다. 밤하늘을 보며 우린 평소에도 숱하게 인공위성을 별이라 착각한다. 실제론 밝디 밝은 것도 멀어서 어둡다고 여기고 마니까. 모르고 싶은 사람이나 몰라도 될 사람은 그대로 두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알아야 할 사람, 알고 싶은 사람은 직접 부딪혀봐야 진짜 밝기를 알 수 있는 법이다.


다만, 좋은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내게 좋으면 그만인 것이고. 내게 절대적으로 밝은 빛을 내지만, 타인에겐 그저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내 눈높이에 맞고 좋으면 그걸로 된 거다. 그리고 그런 주관적인 절대 등급을 직시할 수 있었던 건, 겉보기를 걷어내고 그 사람에 가까이 다가갈 때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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