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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Sep 25. 2023

원래의 루틴을 되찾는 데까지

체감상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낸 것만 같다. 돌이켜보니 퇴사 후 재취업을 하는데 까지 딱 두 달 하고도 보름이 걸렸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꽉 채워 보냈다. 하루 24시간 중 출퇴근, 근무시간을 포함해 약 10~11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 중 자는 시간 7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은 고작 6~7시간 남짓이다. 꽉 채워 보낸다면 무엇을 해도 해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나의 정신적, 신체적 여력은 그렇게 건강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회사일, 육아 외의 나만을 위한 활동, 이른바 자기 계발 시간은 가질 수 없었다. 의지부족일 수 있지만 현실이 그러했다.


그런 아쉬움들은 퇴사를 한 뒤에야 밀린 일을 빠르게 처리하듯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듣고 싶던 강의, 배우고 싶던 것들, 늘 스트레스 앞에 무너지던 다이어트, 해보고 싶던 다른 분야에의 작업들을 말이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그것이 직업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시작해보곤 했다. 그사이 틈틈이 이력서 겸 나만의 포트폴리오도 작성해 보고 관심 있는 곳에 이력서도 넣어보곤 했다. 아르바이트를 지원해보기도 하고 그때그때 생각이 바뀔 때마다 나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고 최대한 내 진심대로 결정하고 선택하도록 했다.


그사이 나의 진로, 나의 꿈은 몇 차례 수정을 거듭했고 아예 전면수정되었다가 번복하기를 여러 차례였다.

그럼에도 이 나이에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왜 이러냐며 스스로 다그치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고 생각도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그날 잠들기 전 생각을 떨쳐내려 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게 2개월 하고도 보름동안 나는 부족했지만 이곳 브런치에서 1권의 책을 완성했고, 공동저서의 소설책을 발행 준비하고 있으며, 편집자가 들어야 할 강의도 수강해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략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실전용 에세이 쓰기 강의도 듣고 수강을 종료했다. 또한 올초부터 시작한 방송통신대학교 2학기 공부를 여전히 이어나가고 있으며, 아무런 활동시작은 하지 못했지만 나만의 꿈을 언젠간 이루겠다는 소망 하나로 작은 1인 출판사도 설립했다. (물론 사업자 걸고 해낸 건 아직 아무것도 없다. 한 달도 안 되었기에.) 또한 작가앱을 통해 창작소설을 14회째 연재하고 있으며 (졸작이지만 쓰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매주 글쓰기 1회 업로드를 약속 후 꾸준히 7주째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sns 계정을 개설하여 나만의 생각과 살면서 느낀 점들을 짧은 글로 게시하는 프로페셔널 계정을 운영 중이다. 많은 팔로워는 아니지만 나의 생각을 공감해 주는 분들이 400여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힘이 된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해오며 쌓은 경력들에 대한 재정리 및 이력들을 포트폴리오화 했다는 점도 내게는 성과다. 특히, 가장 뜻깊은 건 이십 년 넘게 매일을 이어오다 슬럼프에 빠져 중단했던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다른 이를 위한 기도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취업에 성공했다. 지금의 나의 상태가 완결형 목적지는 아니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달 여전의 상황에서 한걸음 더 전진한 상태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퇴사하며, 시간적 여유가 뒷받침되었기에 단기간에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압박감도 컸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썼던 것도 사실이다. 풍족하지 않은 가정경제 상황에서 퇴직금이 있었다 한들 두세 달을 아무 일 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쉬지 않고 해내야 한다는 것들이 그러했다. 특히 남편에게 미안했던 게 가장 컸다.


이제 다시 취업을 한 지 1주일 정도가 지났다. 시간상 쉬는 기간동안 해오던 것들을 앞으로는 매일같이 꾸준히 해나가진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의 목표는 띄엄띄엄하더라도 중단하지 않는 것, 규칙성을 가지고 꾸준히 이어나가 하나의 작은 성과로 마무리 짓고자 하는 것이다.


내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사는 곳, 하는 일,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그렇게 나는 직장을 바꾸었고 자연스레 만나는 이들도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나 스스로 큰 결심 후 환경을 변화시킨 만큼 더욱 신중하고 차분한 자세로 돌아가 예전부터 이어돈 명상, 기도를 다시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나를 위한 기도, 가족을 위한 기도 역시 중요하지만 힘든 상황이나 힘들게 만드는 대상에 대한 좋은 마음을 낼 수 있는 기도를 다시금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마음속이 분노로 가득 차있던 몇 년의 시간 동안은 그렇게 잘되던 타인을 위한(나를 힘들게 하는) 기도를 조금도 할 수 없었다. 폭발할 것 같은 분심과 화 때문이었다.

이제는 다시 한번 내 마음을 원만하게 잘 써볼 수 있는 날들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잠들기 전 큰 걸림 없이 두발 뻗고 잘 수 있음이 큰 행복이라고 한 연예인의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러하다. 오늘 하루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 하루도 주어진 시간들을 만나는 이, 하게 될 일, 펼쳐질 일들을 집중해서 진심 다해 해낼 수 있도록 보내려 한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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