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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Oct 10. 2023

쿵쾅쿵쾅 두근거림은 고통이 아니다.

나는 기분이 좋을 때도 두려울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늘 가슴의 쿵쾅거림을 동반한다. 사실 심장박동소리의 불과하고 그것은 정상이며 느낌은 빠르게 세게 뛰는듯하지만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대보면 지극히 정상템포로 박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편한 느낌이 자꾸만 들어 심호흡을 통해 더 느리게 박동, 호흡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곤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쿵쿵거림 자체를 나 스스로 피하고 있고 안 좋은 것, 불편한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항상 차분하고 느리다시피 한 템포를 유지하는 것이 나의 안정과 편안함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족, 나에 대한 좋은 결과, 소식을 들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그 그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야만 했다. 기쁨의 두근거림도 나는 늘 가슴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가 쌓이거나 불의를 보게 되면 가슴의 두근거림 소리가 내 귓가바로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더욱 거세지고 그러다 손발이 심하게 저려오는 증상까지도 생겼었다.


혹시 심장부근 이상일까 싶어 4~5차례 부정맥, 심전도검사를 해봤지만 큰 이상이 없었다.


남편에게도 이런 증상들을 수차례 이야기해 보았지만 남편은  "지극히 정상적이야."라는 말을 해줄 뿐이었다.


출근길, 문득 생각해 본다. '그래, 두근거림은 나쁘고 불편한 게 아니야. 좋든 싫든 내 감정을 대변하는 신체활동일 뿐이고 오히려 정상적인 거라고.'


두근거림 자체를 힘든 것이라 여긴 건 아마도 과거에는 지금보다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많아 그런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예전에 어느 스님께서 내게 이야기해 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보살님, 그저 관찰하세요. 나는 나의 마음, 감정으로 인해 일어나는 신체반응 까지도 지켜볼 수 있어야 해요. 판단과 생각을 거두고 그저 그렇구나, 지금은 이렇구나 하는 마음으로요."


그렇다.  감정 그로 인한 반응들조차 흘러가게 둘뿐, 알아차릴 뿐 나의 생각, 더 나아가 생활까지 작은 반응하나하나에 관여하게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불쾌함이라 여긴 두근거림은 그저 수만 가지 신체반응 중 하나일 뿐이라 여기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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