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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Oct 14. 2023

멋있는 사람이 되는 일

언제나 강단 있고 단단한 사람이고 싶었다.

나의 상황, 여건, 처지가 어떠했든지 간에 살면서 줄곧 잊지 않았던 목표가 있었다. 강단 있고 단단한 사람이고 싶었던 것. 나는 그런 성향과 거리가 멀만큼 유리멘털이었기에 더욱 간절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와르르 모든 것이 무너지다 못해 지하에 꽁꽁 숨겨두던 자원까지도 적진에게 다 내놓게 되는 모습만큼 필요이상으로 무너지고 갈리고 묻히고 쓸려내려 간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그 작은 마음하나 관리하는 게 너무도 힘들었다. 그것만큼은 언제 어디서나 변치 않았던 목표였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연하게나마 갖게 될 목표일 것 같다.


정확한 목적지가 없고 굉장히 주관적인 지표인 이른바 멋있는 사람을 목표로 정해두니 웬만한 나의 모습에는 눈에 들지도 않았고 나를 칭찬하는 일보다 나 스스로를 옭아매거나 비판하는 일이 잦아졌다.

'내 계획은, 내 목표는 이러이러한데 오늘도 나는 이런 모습을 보였구나..' 조금만 더 길게 생각하다 보면 누굴 위한 목표인지도 애매해진다. 애초에 다른 사람에게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자기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오직 나만을 위한 목표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나는 최근 이직을 했다. 일로 만난 인연들에 대해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자기 일을 수행하고 불평보다는 웃으며 일하려 노력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좋은 직원들이 많았다.

부정적, 주관적인 표현에 매몰되어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표현이고 대화라는 점을 상기하며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대화법도 인상적이었다.  참으로 부정적인 공기만이 흐르던 전 회사에서 보낸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몸에 스며들었을 부정적인 것들을 떨쳐내고 이곳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의 습이 몸에 배어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는 모습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치 보고 한없이 미안해하는 마음과 행동들, 겸손과 내성적인 성격을 떠나 거의 굽신거림에 가까운 모습을 자꾸만 보이게 될까 봐 늘 노심초사한다. 어쩌면 행복한 고민일지 모르겠다. 말도 참 잘하고 성실하고 마음씨도 이쁘고 늘 상대를 배려하는 직원들을 만나게 되니 도리어 내가 너무 '찌들어'있고 '타성에 젖어'있는 사람이 될까 두려울 정도다. 우스갯소리지만 참 젊고 밝기에 장시간 앉아도 집중력이 긴 친구들인 반면에 나는 3시간에 한 번씩 당보충 차원에서 믹스커피를 마셔야 각성효과로 집중을 이어갈 수 있고 근무한 지 5시간 경과하면 다크서클이 생긴다거나 나는 열심히 일하는 표정인데 주변에서 내 표정을 보고 걱정한다는 거... 정도?ㅎㅎ


회사 내 문화의 일의 흐름에 적응해 가는 중인데 여전히 나는 내가 맡은 업무를 가장 잘해야 하고 상대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초반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런 부분에서 몇 분 들은 나에게 너무 잘하려 하지 마라, 일일업무보고서를 보니 숨 막힌다 천천히 해라 라는 말도 해주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일을 잘하고 싶고 멋있는 사람이고 싶은 욕망이 크다.


회사에서 만났으니 일로 인정받고 이들과 큰 탈없이 지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 그것보다 회사생활의 큰 목표가 어디 있을까 싶다.


단순하 드라마틱한 순간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강단 있는 한방을 날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매사에 소신을 지키고 나의 방식대로 살면서도 배려할 줄 아는, 그러면서도 일에 대해 성실하고 진심으로 몰입해 일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그리 목표하던 멋진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 본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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