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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징쌤 Apr 02. 2023

팝콘 값이 오른 게 그렇게 중요해?

글로벌 경제의 파도 위에서 헤엄치기 

롯데 마트에 가면 PB 상품으로 나온 팝콘이 있다. 정확하게 재보지는 않았지만, 양이 영화관 팝콘 라지 사이즈 버킷의 두 배 정도는 될 것 같다. 재작년에 이 팝콘을 처음 알았을 때는 가격이 3000원이었다. 나는 팝콘을 무척 좋아하는지라, 이렇게 싼 값에 이렇게 많은 팝콘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때나 맥주 안주가 필요할 때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마트 가서 보니 팝콘 한 봉지 값이 3500원으로 올랐다. 이때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과자 먹는 데 500원 정도는 더 쓸 수 있지, 하며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주말마다 동네 목욕탕에 간다.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피로를 풀고 기분 전환하기에 아주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이 목욕탕 입장료는 한 사람당 10000원이었다. 그런데 가스 요금이 올라서 4월부터는 12000원으로 올린단다. 팝콘 때와는 다르게 이건 좀 충격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번에 2000원이나 올리다니,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의 몇 안 되는 취미이니 이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우리 집 근처에 목욕탕이 여기밖에 없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른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팝콘 값 500원과 목욕탕 입장료 2000원 오른 것은 금액으로만 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금액을 비율로 계산해 보면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팝콘은 3000원에서 3500원이 되면서 17% 올랐다. 10000원 목욕비는 12000원이 되면서 20% 오른 셈이 된다. 내가 자잘하게 쓰는 돈은 이것들 말고도 많을 것이다. 잠깐 생각해 봐도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 요금, 출근해서 사 먹는 점심값과 커피값, 가끔 친구들 만나면 먹게 되는 맥주 한 잔 값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이런 자잘한 씀씀이가 15%-20%씩 늘어나게 되면, 결국에는 나의 한 달 전체 씀씀이가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느니, 경기 전망이 안 좋다느니 하는 뉴스를 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특별히 돈을 많이 쓰지도 않았지만, 내가 버는 돈이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늘어나면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절의 내가 미래에 대해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이렇게 나이브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쓰게 되는 만큼만 더 벌게 되면 나에게 남는 게 없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나중에 안정적으로 살려면 지금 덜 써서 모은 돈을 자산으로 바꿔놔야 한다는 개념을 그때의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되면 물가가 오를수록 쓰는 돈을 줄이게 된다. 


회사들도 비슷할 것이다. 일 년에 몇 천억, 몇 조 단위로 굴리는 회사들 입장에서 한 해에 쓰는 돈이 20% 늘어난다면 그 금액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덜 써야 하고, 어딘가에서 더 벌어와야 한다. 둘 중에 그나마 더 쉬운 것은 덜 쓰는 것이다. 이런 회사들에는 물가뿐만 아니라 환율, 금리 같은 것들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왜 하냐면, 내가 만나는 고객들이 이런 곳들이기 때문이다. 영업 업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매출 실적이 가장 중요해졌다. 그런데 고객으로 만나는 회사들이 쓰는 돈을 줄이게 되면 나는 실적을 어떻게 쌓아야 할지 막막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의 흐름 때문에 일개 중소기업 영업 사원의 삶이 이렇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요즘 새삼 깨닫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자본주의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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