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사람'이 되는 첫걸음
2023년 회사 실적 정리가 얼추 끝났다. 다행히 2022년보다 매출도 이익도 조금씩 늘었다. 나도 영업 사원으로서 회사의 성장에 조금은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영업 사원들은 회사 실적 리스트의 거래 건마다 자신의 이름을 남겨놓는다. 그래서 자신의 실적이 얼마나 되는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도 내 실적이 얼마 정도 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았는데, 숫자가 조금 적게 느껴졌다. 그 숫자를 보고 나서 기분이 살짝 상했다.
왜 기분이 나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 회사 영업팀은 팀 단위로 실적을 관리한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영업 사원 각각에게 주어진 실적 목표가 따로 없다. 영업 사원 첫 해이다 보니 나 스스로도 한 해 동안 실적을 얼마나 내야 할지 생각해 둔 게 없었다. 그러니 그 숫자를 보고 내가 기분 나빠할 이유는 애초에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혼자 기분 나빠하며 열을 낸 게 민망해졌다. 오히려 나의 성과를 평가할 기준도 없이 1년 동안 일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일을 하면서 가끔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팀 단위로 실적을 평가하는 건 나에게 양날의 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초보 영업 사원으로서 2023년 한 해 동안 영업 업무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했다. 다행히 내 실적 목표가 없었던 덕분에 내가 좌충우돌하며 실수를 해도 크게 혼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표님과 팀장님으로부터 많이 받았다. 나는 혼나고 쫓기면 의욕을 금방 잃어버리는 편이다. 반대로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 동기부여가 되는 성격이다. 잔소리하기보다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리더들을 만난 덕분에 좋은 영업 사원이 되겠다는 마음을 꺾지 않고 1년을 버틴 것 같다.
하지만 팀 단위로 실적을 평가하다 보니 실적을 달성했을 때의 인센티브 급여도 상대적으로 적게 정해져 있다. 고객이 까다롭게 굴었을 때, '이걸 더 팔아서 내 손에 떨어지는 게 뭐지?'라고 생각하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실적을 더 많이 내기 위해 간절하게 매달려야 할 이유가 약해진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바쁘게 했지만, 그 모든 일의 결말을 파는 일과 연결 지어서 생각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저 새로운 경험을 해봤다는 것, 이전에 못 하던 일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말았다.
다만 그런 시간을 곱씹어 보니, 일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기준 삼아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1년 동안 얼마만큼의 실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하는 모든 일을 '파는 결말'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고객에게 틈날 때마다 연락을 할 때도, 고객들이 부탁하는 것들을 어떻게든 들어주려고 노력할 때도, 제조사 영업 담당자들과 최대한 잘 지내려고 할 때도 항상 '파는 결말'을 생각했을 터이다. 그런 노력이 쌓여서 1년 동안의 실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바로 여기에서 '파는 사람'과 '안 파는 사람'이 갈라지게 되는 것 같다. '파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파는 결말'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러자면 내가 하는 아주 작은 일조차도 파는 일과 연결 지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파는 결말'을 어떻게든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안 그래도 2024년에는 좀 더 '파는 사람'스러워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2023년에는 '파는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대충 일하다가 많은 기회들을 놓쳐버렸다. 그처럼 좋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잘 잡기만 해도 2024년 실적은 2023년보다 20% 이상은 충분히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