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part2 - 돈을 벌어야 했던 소년

by 도은

part2




삼남 이녀의 막내 영양실조의 노랑머리 소년

그 옛날, 잘 알지 못했던 시대로는 무식이 죄요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어머니의 존엄을 땅으로 내던지고,

양코배기와 잘못된 행동을 저질렀다 아버지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크리스마스 성탄절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얼굴이 배우 못지않게 훤칠했던 아버지는

"오빠오빠"하며 따르는 여자들이 참 많았고

항상 술에 절어있었다.

집에 들락날락하는 여자들통에

내가 이런 곳에 속아서 시집을 왔다며 항상 한탄하며

아버지의 행동을 무시로 일관하는 어머니

그건 자존심이라기보다, 그저 허한 마음을 감추는 포장지였다.

딴따라의 집은 가난했고, 바람 잘날 없었다

아버지같이 살지 말아야지

술도, 여자도, 그와 같은 그림자도 멀리하겠노라고.

하지만 그것은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짓눌렀다.

가난하다 가난하다는 건 족쇄이다

하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걸 포기하기는 물론

이 가난이란 단어조차 나를 옥죄는 쇠사슬과 같았다.

어떤 일이든, 어떤 공부든 해야 한다.

해서 이 가난을 벗어나야만 한다

내가 버티는 곳이 내 기댈 곳이다

나를 믿어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게 나의 하루가 되고 내 미래가 된다.

돈이 되는 것, 오늘 하루를 먹고살 수 있는 것,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

그게 나의 하루의 최선이 된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오늘 아버지처럼 살지 않았다.






방 안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어김없이 싸늘한 그림자가 조용히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퍽.

책이 발끝에 차여 벽 쪽으로 나뒹굴고, 나는 숨을 삼킨다.

" 이 자식이... 씨발.. 공부는 개뿔, 그 따위 공부가 밥 먹여줘?! "

입가에선 술냄새가 진동하고,

말끝마다 짜증과 분노가 묻어난다.

생각하지 마라.

배우지 마라.

꿈꾸지 마라.

그건 이 집에 어울리는 짓이 아니라고.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든 끊어놓는 큰형의 명령이다.

어렸을 적 보고 배움이 그대로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온다.

언제나처럼, 더 큰 힘이 약한 존재를 짓누르듯이

그 두려운 순간에도 의연하게 책을 펼친다.

세상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야 했던 방식

구겨진 종이 위에 작게, 작게 — 나의 문장을 써 내려갔다.

부서진 꿈 위에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나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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