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우리 잘 지내보자
몸이 훨씬 힘들던 육아가 끝났다.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성장했다. 물론 몸이 훨씬 더 많이 성장했다.
현재 그 아이들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고 가열차게 사춘기라고 외치며 달리는 중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만큼 엄마와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사춘기. 안다. 알고는 있는데 마음이 너무나 쓸쓸해진다.
엄마는 괴롭기도 외롭기도 하다.
항상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내 모든 것인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매일 같이 '엄마 사랑해요' 외치며 안기던 그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손잡기는커녕 같이 외출조차 꺼리는 것이 느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의 `독립 `은 완성될 것이다.
적어도 군대에 가면 억지로라도 그들의 독립은 완성된다. 일단은.
아이들이 그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나도 달라져야 한다.
예전처럼 아이들만 한없이 바라보고 질척이고 훈계하다가는 남보다 못한 모자가 되거나
영화 `올가미`의 엄마처럼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츰 아이들과 거리를 넓히면서 그 사이를 나만의 것으로 메꿔야 한다.
오랫동안 소멸되어 가던 나를 다시 찾고, 채워가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마치 20대의 그때처럼.
시간은 유행처럼 돌고 도는 것이었나 보다.
물론 아이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들이 사춘기를 지나며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옆에서 지켜봐 줄 생각이다.
많이 도전하고, 많이 좌절하고, 많이 깨지고 또다시 도전하면서 그들은 하나의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 과정을 응원하며 기록으로 남겨둘 생각이다.
그러면, 철 지난 유행가를 들을 때 당시의 기억이 소환되는 것처럼
내 글을 읽을 때마다 폭풍 같은 사춘기를 지나던 아이들의 모습이 영화처럼 눈에 선하게 그려질 것이다.
먼 훗날 그 감동적이고 행복할 순간을 기대하며 기록을 시작한다.
아들, 우리 잘 지내보자.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