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서열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동물이라 가족이 함께 강아지를 키우면 가족 내 서열이 존재한다. 또리의 우리 집 서열 부동의 1위는 엄마다. 깨진 적도, 앞으로 깨질 일도 없다. 사실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다. 사료 주고, 배변판 갈고, 물 주고, 발톱 깎고, 양치질하고, 목욕시켜주는 행동 대부분을 엄마가 담당하고 있으니. (엄마 죄송합니다)
1위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2인자의 서열 다툼은 치열하다. 나, 동생, 아빠는 자신이 2위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나름의 근거들도 있다. 지금부터 그 주장과 근거들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나: 엄마가 집을 비울 때 사료와 물을 주고 배변판을 가는 등의 핵심 역할을 한다. 언제 한 번, 부모님이 한 달 동안 해외로 여행 가시고 동생은 군대에 가서 나와 또리 둘만 집을 지켰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내가 전적으로 또리를 보살폈으며 그 후 확실히 또리가 나를 더 의지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1인자인 엄마도 확실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산책도 엄마 다음으로 많이 시킨다. 고로 내가 2위다.
동생: 또리를 집으로 데려온 사람은 바로 나다. 또리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어 2주 동안은 내가 1위였기 때문에 또리는 과거의 1등을 기억할 것이다. 더불어 과거 1등이던 시절에, 또리랑 같이 잠자던 것이 습관이 들어서 지금도 가끔, 나랑 같이 잠을 자곤 한다. 또리가 누나, 아빠랑은 같이 자지 않지만 나랑은 가끔 잔다. 고로 내가 2위다. (사실을 하나 추가하자면 동생은 또리산책을 1년에 몇 번 연례행사로 진행한다)
아빠: 아들과 딸은 또리를 너무 예뻐해서 방으로 데려가려고 하고 안으려고 하는 등 또리가 귀찮아 할법한 행동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는 또리가 귀찮아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가만히 내버려 둔다. 산책도 나름 자주 한다. 고로 내가 2위다. (참고로 또리는 자기주도적인 i성향의 내성적인 강아지라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할 때가 많으며, 혼자 있고 싶을 때 누가 귀찮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1위는 이 논쟁을 옆에서 어이없게 지켜본다. 서로 언쟁할 시간에 또리를 1분이라도 더 보살필 것이지......
여기서 추가 설명을 하자면 나는 내가 2인자라고 굳게 믿는다. 이유는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인자가 집에 없을 때 주로 돌봐주는 사람이 나인 것과 둘째, 집으로 돌아올 때 또리가 꼬리를 흔들면서 반기는 정도가 엄마 다음으로 내가 크다는 점이다. 참고로 아빠, 동생이 집으로 돌아올 땐, 귀찮아서 고개만 빼꼼할 때가 많지만 난 상대적으로 그 빈도수가 적다. 물론 1인자가 집에 들어오면 집 비웠던 시간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잠깐의 5분이든, 1시간이든, 1일이던, 늘 격하게 반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