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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앤미 Dec 01. 2023

털이 주는 행복감

복실복실 또리 털

  강아지의 털이 안겨주는 마음의 평안함은 생각보다 크다. 스트레스 받거나 우울할 때 또리 털을 만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갑자기 1950년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애착 실험이 떠오른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새끼 원숭이가 헝겊 원숭이와 젖병이 달린 철사 원숭이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실험했다. 생존을 위해 철사 모형 원숭이한테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원숭이는 배가 고플 때만 철사 모형을 찾고 나머지 시간은 헝겊 원숭이에게 꼭 달라붙으려고 하였다. 이는 접촉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사랑의 본질은 포근한 접촉과 스킨십이 주는 따뜻함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해리 할로우는 강아지 털에 대해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그렇다. 사람은 포근한 접촉을 통해 안정감을 느낀다. 보드라운 털을 보면 만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리 털은 부드럽다. 또리 털을 만질 때 안정감과 포근함을 느낀 건 이유가 있었다.


헝겊 원숭이에게 달라붙는 원숭이 / 출처 sciencephotolibrary

 

  다시 또리 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보들 부들 강아지 털을 만지다보면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고 안정감을 준다. 또리의 털은 마법의 묘약과도 같다. 하지만 또리의 털에게도 수난시대가 있었다.

  또리는 털이 스스로 자라고 알아서 빠지는 기특한 동물이다. 이에 미용할 필요 없이 빗질만 잘해줘도 산책 나가서 "털이 너무 예뻐요. 어떻게 관리하세요?" 라는 감탄 섞인 말은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당연하게도 털이 너무 많이 빠진다는 것이다. 이에 '또리 털을 유지할 것인가 밀 것인가'에 대한 가족회의가 일방적으로 열렸다. 아빠가 털 알레르기가 있으시고 엄마 역시 매일 빠진 털을 청소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셨다 보다. 결과는 2:2로 무승부. 하지만 또리를 집으로 데려올 때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또리 털을 미는 것은 나와 동생, 특 나의 끈질긴 반대, 설득과 협박으로 무산되었다. 또리 털은 지켜졌다. 부드럽고 포근한 또리 털은 지켜졌다.

  지금은 모두가 또리 털을 사랑한다. 엄마 아빠도 틈만 나면 또리 털을 만지면서 위안을 얻으신다. 그리고 그 당시 또리 털을 지켰던 나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또리 털은 이제 우리 집 자랑이다. 산책 나가서 털이 멋있다고 어떻게 관리하냐고 묻는 분들에겐 이렇게 답한다. "그냥 빗질만 할 뿐입니다." 라고. 우리 기특한 또리.


포근함을 주는 부드러운 또리 털. 털을 휘날리면서 달려오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따뜻하고 포근한 털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또리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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