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니모(7집), 수명을 다한 위성들의 이야기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사랑

by 도그앤미

'노래와 함께하는 우주 이야기'의 마지막 곡은 요새 빠져있는 7집의 '포인트 니모' 이다.

처음에는 스쳐지나가는 곡이었지만,

포인트 니모가 무엇인지 알게 된 후 가사를 정독하다가 빠지게 되었으며,

노래의 서사가 뛰어나 가사를 곱씹어볼수록 가슴에 파고들어 마음 한 켠에 위안이 되어주는 곡이다.


포인트 니모(Point Nemo)란 지구상의 어떤 땅에서도 제일 먼 바다 위의 지점, 지구에서 가장 고립된 곳이다.

라틴어로 '아무도 없다' 라는 뜻을 갖고 있는 Nemo는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책에서 나오는 Captain Nemo 선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남위 48°52.6′, 서경 123°23.6′에 있는 정말 망망대해의 한복판이며,

포인트 니모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육지 위에 있는 사람(가장 가까운 땅이 2688km 거리)이 아니라

400km 정도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 비행사일 정도니 말이다.

구글 지도에서 찾아본 포인트 니모 위치 (출처: 구글맵)


가장 외딴 곳이기에 주편 지표면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각국 우주센터에서 수명이 다한 위성을 폐기하는 무덤 궤도(Graveyard orbit)으로 쓰여

지금까지 263개 이상의 우주 비행체 잔해들의 무덤으로 쓰였다.

러시아의 미르 우주 정거장(Mir space station)의 마지막도 이곳이었으며,

국제우주정거장인 ISS도 2031년도에 은퇴할 때 여기서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음을 좀 편히 먹어도 될걸

지금 아무도 없잖아

너의 나와 하늘과 바다 그뿐인걸

<윤하 '포인트 니모' 노래 중>

[아이유의 팔레트] 수고했다 참 With 윤하 Ep29편에서

윤하는 포인트 니모를 알게 된 후 이입했고, 은퇴를 앞둔 아빠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 인공위성들도 쓰임이 있었는데 시간을 지나서 쓰임을 다한 인공위성들이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생각하면서 쓴 곡이라고 한다.

쓰임을 다한 우주 비행 잔해물 (출처: ocean vision legal.com)

주인공인 소녀가 포인트 니모를 찾아가서 쓰임을 다한 인공위성들을 만난다.

그 인공위성들은 소녀 입장에서 어른이다.

소녀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으며, 인공위성들(어른들)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수많은 사람들 속

어쩌면 지쳐 왔던 걸지 몰라

수고했다 참

고요한 일상도

나쁘지는 않아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으니

<윤하 '포인트 니모' 노래 중>


'고요한 일상도 나쁘지는 않아' 최근에 읽은 트렌드 2026 책이 떠오른다.

요새 뜨고 있는 것은 욜로도 아니고, 행복에 집착하는 것도 아닌

무난하고 무탈한 하루인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이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나의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 순간은 고요한 일상 속 한 순간이다.

과거 또리가 건강하게 2시간 넘게 뛰어다니면서 산책해도 팔팔했던 그 때,

선풍기가 없어 내가 잠들었을 때 손수 부채를 부쳐주시던 할아버지와의 일상,

손녀가 쓴 편지를 부엌 벽에 붙이시고 밥 먹을때마다 읽으시던 할머니의 모습 등

내가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고요한 일상의 순간들.


세상의 기쁨을 죄다 누린 것 같은 기분이었지

한켠에 피어나던 불안함과 싸워 이기면서도

어디까지 멀리 날아오르고 싶었던 걸까

그땐 그게 정답이었어

<윤하 '포인트 니모' 노래 중>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땐 그게 정답이었어' 구절.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뛸듯이 기쁘다가도,

이것이 맞을까 불안해하며

'정말 그땐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불안해하며, 그 때의 나를 원망한다.

그땐 그것이 정답이었기에 선택한 것이라고 내 자신을 위로해준다.

앞으로도 지금의 나에게 최선인 선택을 하면서 나아가면 된다고.


무슨 말이 좋을진 모르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서로 그만한 사정이 있잖아

내 삶 1회찬 나고

네 삶 1회차인 너일 이유가

있을테니까

<윤하 '포인트 니모' 노래 중>


우연히 유튜브 쇼츠에서 본 윤하 라디오에서 포인트 니모 노래에 관해서 이야기 한 것을 들었는데,

한 구절 한 구절 다 앓으면서 쓴 노래지만

그 중에서 '내 삶 1회찬 나고 네 삶 1회차인 너일 이유가 있을테니까'라는 말을 꼭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우린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타인이다.

타인에게 위로 받을 때도 행복할 때도 있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툴 때도, 오해받을 때도, 상처받을 때도 있다.

꼭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모두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그럴 수 있구나 하고 넘기자고 담담히 노래한다.

내 삶 1회찬 나고, 네 삶 1회차는 너이니 우리에겐 각각의 삶과 사정이 있으니.


피어나고 질 때 세상의 총량은

어쨌거나 우릴 포함할 테니

석양이 지는 하늘에 물들어 밤을 기다리는 낮

다시 태어나도 종착할 여기 포인트 니모에서

멀어져 가는 그때의 나와 그 곁에 너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윤하 '포인트 니모' 노래 중>


'피어나고 질 때 세상의 총량은 우릴 포함할테니"에서 질량 보존 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이 떠오른다.

질량 보존 법칙에 따르면 닫힌 계에서 물질의 총 질량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화학 반응이 일어나도 원자의 배열만 바뀔 뿐, 물질의 총 질량은 변함이 없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닫힌 계에서 모든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보존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질량과 에너지가 상호 변환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질량-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통합되었다)


우주는 닫힌계이기에 우주 안에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

즉, 137억년 전 빅뱅과 함께 생겨난 최초이자 최후의 에너지가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를 구성하는 질량과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바뀔 수는 있지만

언제나 이 우주에 남을 것이라고,

소중하지만 지금 곁에 없는 모든 것들은 다 우주 안에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소녀에게 위로해준다.


손에 쥐고 싶은 것 이뤄내고 싶은 것

그게 전부는 아냐

잊지 말아야 할 건

소중히 여겨야 할 건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사랑

세상의 기쁨을 이젠 모조리 다 알아봤으면 해

지나는 길목 샅샅이 살피며 걸어갔으면 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 어느 날엔

소중했다 여겨주기를

사랑했다 확신하기를

<윤하 '포인트 니모' 노래 중>


이 노래의 마지막이자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담겨 있는 부분이다.

다시 유튜브 채널 '아이유의 팔레트' 수고했다 참 With 윤하 Ep29편으로 돌아와서.

소녀가 인공위성(어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뭐에요?" 다.

윤하는 이에 대한 답을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사랑"으로 찾았다.

왜 그냥 '사랑'이 아니라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사랑'인지 가사를 곱씹어보았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중에는 이미 사라진 것도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에서부터 지금은 느끼기 힘든 10대, 20대때 느꼈던 감정과 느낌, 현재 내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

언젠가는 우리도 사라지기에, 우리가 사라지기 전까지

지나는 길목 샅샅이 살피며 작은 기쁨을 찾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노래한다.


개인적으로 이 곡이 포인트 니모라는 종착지에서

'로켓방정식의 저주', '별의 조각' 곡들이 주는 메세지를 아우르는 곡이라 생각한다.

'별의 조각'에서 별의 조각이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현재 소중한 것들이 있으니 이 별을 사랑하기로 결심하며

'로켓방정식의 저주'에서는 나만의 균형을 찾아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노래한다.


포인트 니모라는 종착지에서

위성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사라지는 것들(과거)과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지금(현재)을 살아갈 것을.

꿈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기에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사랑을 잊지말고

고요한 일상 속의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자고.


https://youtu.be/GCKSrC6XVOk?si=pGdaHB7a6mAag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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