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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ggy Poo Feb 09. 2024

밥그릇 싸움과 개인의 자유

  의대 증원 때문에 전국 의사들이 난리이다. 정부가 갑자기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늘린다고 해서 일어난 일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는데 의사들이 반대를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 솔직해지자. 밥그릇 때문에 의대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의대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탓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서비스는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개인의 이기심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미용실에서 이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요리사와 미용사의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의료는 특별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공공재, 필수재로 여겨진다. 따라서 사회의 필요와 의사 개인의 욕구의 균형이 맞아야 의료 서비스가 부족함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에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집 앞에만 가도 여러 가지 의원들이 즐비하고 지금도 언제나 쉽게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활동의사가 12만 명인데 그중의 3만 명이 피부 미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를 전공하고도 피부 미용을 하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을 알고 있다. 그들이 피부 미용을 선택한 것은 일이 더 편하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개인이 이러한 조건에서 더 힘들고 소득이 적은 것을 선택하겠는가? 우리나라는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 의료를 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정부는 의사수를 늘리면 필수 의료를 하는 의사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장밋빛 환상을 제시했다. 그렇나 정말로 그렇게 될까? 피부 미용에 가 있는 필수 의료과의 전문의들이 필수 의료의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맞는 정책이 아닐까? 물론 그 환경은 피부 미용만큼 일이 더 편하고 돈을 더 많이 주는 환경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번 일을 보면서 의사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해 환멸감을 느꼈다. 응급의료법을 보면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이는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나도 보고 싶지 않은 환자들이 있다. 특히 횡설수설하면서 술냄새가 진동하는 주취자들과 몸에 위협적인 문신을 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만취 상태로 협조도 안되는데 여기저기 다쳐서 오는 환자들을 보는 것은 정말로 고역이다. 또 조폭 같은 문신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겁이 나서 보고 싶지가 않다. 또 의료진을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며 예의 없이 대하는 환자들은 당장이라도 응급실에서 내쫓아 버리고 싶다. 식당과 카페에 가도 'No OO zone'이라는 것이 있지만 응급실은 그럴 수 없다. 법적으로 의사는 진료를 거부할 수 없고 보고 싶지 않은 환자도 보아야 한다.

  또 의사는 파업도 할 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정부가 불합리한 정책을 강압하려 할 때 무슨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파업은 그렇다고 치고 의사는 사직할 자유도 없는가? 지금 전국에 있는 수많은 의사들이 사직서를 내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사직서를 처리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고서 파업이나 사직을 하면 의사면허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의사가 모자라서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하면서도 파업을 하거나 사직을 하면 지금 당장 일할 수 있는 의사들의 면허를 박탈시켜 버리겠다는 것은 무슨 모순인가? 웃지 못할 촌극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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