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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견유치원 kim원장 Mar 19. 2023

Chapter34 소심한 강아지들의 세계

소심한 타입도 모두 다 다르다



최근 우리 유치원에 강아지와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사회성을 위해 꾸준히 유치원을 보내왔다는 가정들이 비슷한 시기에 등원을 시작했다. 우리는 예약제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방문할 강아지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상담을 하고 해당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예약방문 하는 날 응대가 수월한 편이다 (예약제의 큰 장점은 강아지의 성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응대방법과 강아지 케어방향을 미리 세울 수 있다).


다른 강아지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회성 부족에도 여러가지 타입이 있는데, 강아지들을 강하게 배척하는 타입인지, 내성적인 본래의 성격에 사회경험까지 부족해서 친구들을 피해다니는 스타일인지, 체급(작으면 작을 수록 디테일한 몸무게가 중요하다)은 어떤지에 따라 강아지를 맞이할 준비가 달라진다. 특히 소심한 강아지의 경우 2kg미만인지 3~4kg인지의 차이는 앞으로 적응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할 수 있다.(2kg와 4kg는 사람이 볼 때 비슷하게 작지만, 강아지 입장에서는 두 배 몸무게임을 생각한다면 당연하다) 강아지는 속하고자 하는 무리에서 많이 작은 경우 무리에 섞이기 어려워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체급의 차이때문에, 소형견 강아지들의 뛰어가는 흐름에도 휘청거리는 1.5kg의 강아지는 체급에 의한 선천적인 소심함을 타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의 체격이 불리한 조건임을 아는 아주 작은 체급의 강아지들은 큰 동작을 하는 강아지들을 멀리하면서 혹시 모를 사고를 본능적으로 피해다니는 것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강아지들에게 가장 적합한 사회화는 최대한 비슷한 그룹(체급)에 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배척하는 타입의 강아지라면 다른 강아지들과의 긍정 경험과 습관적으로 배척해왔던 행동 제지 등 집중케어가 필요해서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강아지들은 비교적 좋은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인상만 잘 심어준다면 급격히 좋아지는 케이스가 정말 많기 때문에 초반에 집중적인 케어가 필요하다. 강아지들에게는 처음 경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잠시 잠깐 신경을 못쓴 사이 다른 강아지와 안좋은 경험이라도 하면 아주 난관에 빠질 수 있다. 이제 겨우 한 스텝을 뗐는데 두 스텝 물러나는 꼴이 될 수 있기에..




분명 유치원마다 전문성과 케어하는 스타일, 주로 하는 활동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유치원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정반대 성향의 유치원을 경험한 보호자들은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교육적 성향이 강한 우리 유치원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을 보호자도 분명히 있겠지만, 케어 방향을 세우고 접근했을 때의 변화를 보여준 최근 에피소드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얼마전 비슷한 시기에 등원을 시작한 소심한 강아지그룹이 있었다. 이 강아지들은 대부분 1살로 성견이었지만 다른 강아지들과의 사회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타고난 내성적인 것인지 꾸준히 유치원을 다녔다는데도 벽으로만 붙어다니거나 사람(선생님)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강아지들이 공간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실내산책을 병행하면서도 독립심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함께 진행한 후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그중 한 강아지의 변화가 아주 급변했는데 보호자는 다른 유치원에서 보지 못한 모습이라며 아주 기뻐했다.


이 강아지는 가뜩이나 이전 유치원에서도 강아지들을 피해다니는 성격이었던지라 환경이 아예 다른 우리 유치원에 스스로 적응할 리 만무했다. 이런 강아지를 '원래 소심한 성격인가보네.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포기해버리는 유치원이라면 당장 그곳에서 그 강아지를 탈출시켜야 한다. 이렇게 소외된 강아지가 오랜 시간 방치되어 버리면 원내에 있는 다른 강아지들도 우리의 무리가 아닌 존재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강아지가 이곳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게 된다.




한 곳에만 움츠리고 있으려는 강아지의 활동반경을 서서히 넓혀주는 활동은 분명히 필요하고, 이렇게 적응을 도와주면서도 사람(선생님)에게 의존하는 것을 어느 시점에는 끊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 뒤만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면 다른 강아지들과의 접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사회경험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서 우물 안 개구리였던 강아지를 우물 밖으로 꺼내주는 섬세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지금은 다른 개들에게 적극적으로 놀자는 표현도 하는 아주 건강한 강아지로 활동을 하고 있다. 오히려 이 강아지의 경우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의존에서 벗어나게 되는 순간 오히려 자유를 얻은 강아지의 모습이랄까..


간혹 사람을 굉장히 잘 따르지만 다른 강아지를 배척하는 타입의 강아지들이 있는데 이런 타입의 개는 여러 개체가 한 공간에 있게되는 유치원이나 카페, 운동장에서 돌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이런 타입의 강아지들은 사람을 워낙 잘 따르기 때문에 해당 강아지의 본래 성향에 방심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상시 경계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관심이 자신이 아닌 타견에게 쏠렸을때 불시에 공격성을 보일 수 있어서 유치원과 같은 공간에서 케어할 시에 다른 강아지들이 상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하는 등 집중케어가 필요하다. 모든 타입의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다. 만약 내 강아지가 이런 타입의 강아지라면 타견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체급에 따라 활동공간이 나뉘지만 소극적인 강아지라면 중대형견이라고 하더라도 중소형견공간에서 함께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중소형견공간의 주인인 작은 체급의 강아지들에게 피해가 없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하지만 종종 대형견 공간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주눅 들어있던 친구가 중소형견공간에 입장하면, 소심함을 벗고 힘의 논리를 가지고 움직이게 되는 강아지들도 적지 않다. 역시 관리자의 전문경험과 눈썰미가 아주 중요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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