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지하철 타일 바닥을 가방을 메거나 안전화를 신고 걷는 중년의 남자들에겐 무늬가 있다. 도착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듯 느리적 느리적. 누군갈 비켜가지도 누군가 비켜가야 하지도 않는 그들은 시계의 추처럼 지하철 타일 바닥에 잔뿌리들을 스치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걷는다. 사람이 넘치는 행선지의 지하철은 피하고 널찍한 자리를 찾아 앉는 그들에겐 무늬가 있다. 그들의 발바닥이나 등 뒤에 붙은 무늬를 보면 나는 삶이 알 수 없이 불가해진다.
출처 없는 사내들은 어디서 태어났겠지. 한밤에 사우나나 여관에서 잠을 자고 비가 오는 날 일을 공치고 길을 나서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가만히 밀려오는 사람들 틈을 느리적, 느리적, 비집고 들어가는 그들의 무늬를 본다. 나는 자꾸 불가해진다. 이제는 겁도 닳아서 내게도 없는 뿌리만 발바닥을 열어 힐끔 본다.
중년의 사내가 내 옆에 앉아 군색 잠바를 입고 어디서 뽑아온 뽑기를 뜯는다. 거기 거북이 모양의 투명하고 초록빛인, 고무 장난감이 있다. 그는 흡족해하며 작은 포장지를 헤집고 그걸 이리저리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내 가방에 넣고 지퍼를 잠근다.
나는 그의 무늬를 느끼며 내려가지 않는 뿌리를 자꾸 뻗으려 한다. 엉덩이 밑으로. 열린 발밑으로. 그러니까 나의 두개골에서 가슴을 지나 그 어딘가 뻗어나가야 할 밑으로.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삶의 불가함에 저항하면서.
문이 열리고 큰 역에서 사람들이 밀려들어온다. 군색 중년의 사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의 나프탈렌 냄새가 여전히 나는 듯하다. 나는 그것이 한 번도 불결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불가함일 뿐. 접힌 우산들이 바닥을 집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이내 저마다의 자리를 찾는다.
영등포, 영등포, 우산이 쓰러지는 소리가 난다. 누군가 내게 말했지. 비 오는 날 자주 들리는 소리는 우산들이 쓰러지는 소리라고. 내 삶에 가끔 찾아가는 환승 통로도 어딘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