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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Mar 18. 2020

랜선 집사가 유행이라던데

남의 새끼는 다 이쁘더라

반려견을 키우면서 느끼는 건 내 강아지 이야기를 SNS이 올리는 것만큼이나 다른 강아지의 SNS를 보는 게 재미있다는 것! 하늘 아래 독플갱어는 없다고, 같은 종 같은 털색을 가진 아이라도 남의 아이의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는 아침드라마 보는 것만큼이나 중독성 있다. 특히 해당 아이의 견주가 유머감각을 갖추고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


반려견 식구의 일상 루틴은 대부분 비슷하다. 아침산책 - 출근 전 인사 - 퇴근 후 폭풍 반가움 표현 - 저녁 산책 - 발닦이기 - 놀아주기/힘 빼기 - 기절 잠. 반려견의 특성에 따라 산책이 더 추가되기도 하고, 산책 대신 피트니스나 놀이터 등으로 활동량이 대체되기도 한다. 노령견이나 질환이 있는 아이의 경우 운동보다는 영양 쪽에 신경 쓰는 일정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쉽게 작성했지만 위에 나열된 일련의 과정을 해내는 일은 회사 일 만큼이나 쉽지 않다. 특히 출근 전에 하는 새벽 산책은 잠꾸러기인 나에게 제일 어려운 고충 중 하나. 가볍게 산책만 하면 좋으련만 아직 힘이 넘치는 덕팔이는 동트기 전 새벽부터 나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기에 정신없다. 돌아오면 발을 닦이고 아침을 주고 내 출근 준비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행여나 나의 부재에 덕팔이가 심심하고 외로울까 봐 출근 전 다양한 노즈 워크를 저녁에 미리 준비해두는데 이때의 기분은 마치 소풍 가는 어린아이의 도시락을 싸 두는 엄마와도 같다.


퇴근 후에는 아무리 몸이 지쳐도 현관문을 여는 동시에 덕팔이를 데리고 나가게 된다. 실외 배변도 아닌 녀석이 집에 올 때까지 배변을 참는 꼼수를 부려 산책을 꼭 하게 만든다. 산책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털래털래 집에 들어와서 덕팔이 발을 닦이고 간식을 보며 쉬는 시간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인스타로 다른 견주들의 일상 훔쳐보기. 이들의 삶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거를 확인하고 나면 묘한 공감대 형성이 되며 안도하게 된다.


산책하며 끌려다니는 이야기가 담긴 에피소드, 자주 가는 카페를 슬쩍 지나치려 했더니 강아지가 끌어서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는 사연, 집에 와서 좀 쉬려고 했더니 멍멍 왈왈 잔소리 들었다는 푸념, 나는 사료값 버는 기계인가 하는 한탄, 개처럼 벌어 개한테 쓴다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빵 터진다. 남의 이야기는 언제나 늘 항상 재밌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견주들의 시선에 담긴 아이들의 사진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아마 다른 견주들도 나와 덕팔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개 키우는 거 어때요?’라고 물으면 나의 의견은 ‘체력, 능력, 노예력’ 이 항목 중 하나라도 자신 없다면 차라리 랜선 집사를 강력추천한다고!

그래도 덕팔이와 함께여서 난 행복하다! 아브라카다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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