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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Dec 30. 2019

개난뱅이의 삶

개같이 벌어 내 개한테 쓴다

월 말에 오는 카드값 내역서를 보면 매번 깜짝 놀라고는 한다. 이전까지 나 홀로 소비에 맞춰져 있던 내 카드값이

내 안에서 만든 ‘한도’를 초과한 채로 늘 새로운 고점을 갱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숨만 쉬었을 뿐인데 카드값이 *만원이나 나왔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액수를 하나하나 따져보았고, 그 소비의 실체는 바로 내가 ‘혼자’ 쓴 것이 아닌 ‘내가 덕팔이를’ 위해 쓴 것으로 밝혀졌다. 하필 11월 12월에는 펫 페어와 연말 세일이 몰려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여하튼 우리 개상전 님을 위해 Flex 한 결과는 세상 가장 행복한 덕팔이와  세상 가장 개난한 나의 삶을 안겨주었고, 쇼핑을 했으면 하울을 하는 것이 당연지사!

(비 애견인이라면 도저히 공감할 수 없음 주의)


1. 신상 패딩 - 9만 3천 원


내피에 히트텍 기술을 적용해 보온력을 높였다고 한다. 그 기술력, 내 옷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유*클로 플리스에 얇은 핸드메이드 코트 겹쳐서 입는 개난뱅이 주인의 삶이란 짠내 나기 그지없다. 마포구 일대를 돌아다니는 뭔가 꼬질하고 개난해보이는 여자와 간지 철철 나는 부르주아 강아지가 보인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 주길 바란다. 1% 의 확률로 나일 가능성이 높을 테니.

심지어 저기 스카치에서는 밤에 반사광이 빵빵하게 나옴

2. 개님 전용 샤워헤드 - 4만 원


샤워를 싫어하는 강아지도 샤워를 즐긴다는 마케팅 문구에 안 살 수가 없었다. 나도 샤워 싫어하는데 사람용 신박한 샤워기는 어디 있나요?

3. 한 달마다 바꿔주는 각종 사료 - 3만 원+

누가 우리 강아지 입맛 좀 잡아주세요.... 1kg 단위의 사료로 사면 더 비싸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덕팔이가 마음에 쏙 들어하는 사료를 2년을 키운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 장난감들 - 5천 원 ~ 1만 원

대부분의 강아지는 유아기 시절 인형 개복 전문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좋은걸 사줄 이유가 없음!

사줘봤자 며칠 못 가기 때문에 애초부터 편한 맘으로 싼 거를 여러 개 사게 된다. (싼 것도 여러 개 사면 비싼 거 하나 사는 것과 다름없는 지출이라는 것을 인지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5. 인식표와 하네스 

사람 액세서리처럼 반려견의 하네스는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한번 살 때 제대로 된 하네스를 사는 편이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엔, ‘하네스에 왜 돈을 써’라고 생각을 했지만,  어느 날 4차선 도로에서 얇은 줄 하네스를 끊고 달아나는 덕팔이의 모습을 보며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음에 매우 감사하며 제대로 된 하네스를 사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좌) 후르타의 하네스는 5만원대 / (우) 워쏘독의 하네스는 리드줄까지 합해서 6 ~ 7만원대

하네스 외에 추가적으로 하고 다니면 좋을 산책용 아이템은 요즘 많이 나오는 아이의 성향을 알려주는 문구!

한참 애교를 부리다 뜬금포로 짖는 덕팔이는 아래와 같은 빕을 차고 다니기는 한다....(가끔)

덕팔이의 성격을 드러내는 빕을 채우면 사람들이 보면서 한번씩 끄덕끄덕 하고 지나간다


6. 상상 이상의 영역들

이 외에도 덕팔이에게 들어가는 소비는 소소하게 줄줄이 알사탕처럼 즐비한다. 덕팔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시켜줄 주 3회씩 오는 펫시터 비용 하며, 각종 간식과 영양제, 그리고 조금이라도 아프면 달려가게 되는 병원에서 발생되는 병원비 등...


견주가 된다는 건, 마음가짐을 넘어 통장의 잔고도 어느 정도 든든해야 함을 덕팔이를 키우면서 더욱더 느끼게 되었다.

 

덕택에 내 것 하나 살 때는 단돈 만원이어도 벌벌 떨면서 두 번, 세 번 곱씹어보는 아주 좋은 습관이 생겼다 ^_^


개난뱅이지만, 나의 개소비로 인해 행복해하는 내 개상전님을 보면 마음속 개심비가 채워진다나 뭐라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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