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멍멍 나는 막막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얘가 사람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코를 곤다거나, 잠꼬대를 한다거나 배를 더 긁으라고 표현하는 행동에서 아니면 퇴근 후 집에 오는 나를 꼬리가 떨어지도록 흔들며 맞이하는 모습에서 나는 덕팔이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고는 한다. 아 가끔 뿡하고 끼는 방귀 냄새는 덕팔이를 더욱 사람 같은 모습으로 느껴지는데 한몫을 한다.
특히 덕팔이는 입이 크고 주걱턱이라서 입을 벌리면 묘하게 댕청하고 멍한 표정이 지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멍 때리는 사람의 표정이 오버랩돼서 풋 하고 웃음이 터진다. 주걱턱에 부정교합 게다가 덧니라는 옵션까지 강아지가 가질 수 있는 최악의 치열은 고루 갖춘 덕팔이의 모습은 의외로 꽤나 귀여운 조화를 보인다.
나는 때론 덕팔이가 본인의 의사를 말해주었으면 하는 때가 있다. 아니, 원한다. 적어도 강아지가 카톡이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대부분의 견주들이 한 번씩 했을 거다. 두툼한 큰 발로 키보드를 두들길 덕팔이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심각하게 귀여워서 심장에 큰 무리가 온다.
덕팔이는 뭔가가 적절하지 않으면 불만을 표출한다. 불만에 가득한 눈빛으로 내 손을 벍벍 긁고는 하는데
손이 보통 큰 아이가 아니다 보니, 아픔의 강도가 장난 아니다.
쓰다듬이 모자라도 벍벍
아침에 늦잠을 자도 벍벍
먹을게 모자라도 벍벍
덕택에 내 손등과 발등은 늘 벌건 스크래치 자국과 상처투성이. 차라리 말로 해 '한입만 더 달라고!'
우리 아파트에서 덕팔이는 말이 많이 나오는 강아지다. 좋은 일로만 말이 많이 나오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20층 짖는 검은 개로 소문이 나있다. 누군가를 만나면 분명 행동은 '반가워! 나 좀 만줘봐!' 이거인 거 같은데
꼬리를 치는 동시에 컹컹댄다. 짖기 대장 덕팔이의 서투른 접근방법은 웬만한 사람을 놀라게 해서 도망가게 하기 일수. 소심한 강아지들도 모두 도망간다. 덕팔이는 언제쯤이면 성숙한 방법으로 천천히 다가가서 '안녕'을 외칠 수 있을까?
덕팔이는 조금만 불편해도 엄청 낑낑대는데, 도저히 그 아픈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서 찾아 헤매느라고 고생이 많다. 아무리 아파도 내색조차 안 해서 주인을 걱정시키는 강아지들도 있는가 하면, 덕팔이처럼 조금만 다쳐도 '아이고 개 죽어요!!!' 하면서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다. 다행히도 후자 쪽이 주인의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한 편. (병원에 가면 되니까?)
정말 웃긴 건, 집에서 '나 죽네!!! 나 죽어!!' 소리 지르는 덕팔이가 병원 앞에만 가면 아주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돈 많이 깨져도 좋다, 네가 건강만 하다면. 근데 아프면 어디가 아픈지 말 좀 해줄래?
만약 기술의 발전으로 덕팔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아마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소리는 잔소리가 아니었을까...?
'배변패드 갈아줘라', '사료 맛없다 바꿔줘라', '일찍 일찍 좀 다녀라~'
'주사 싫다, 병원 안 간다'
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