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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Jul 31. 2020

안녕하세요, 전 덕팔이누나에요

그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내 주위 사람들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원래 엄청나게 소심한 아이 었다. 초중고를 8번 가까이 옮기다 보니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정신없었고, 사람들에게 정을 줘봤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치킨에 겉바속촉이 있다면 내 성격은 겉긍정속냉랭 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냉정 하다의 냉이 아닌, 그냥 이성적인 냉!)


까딱하면 재수 없을뻔했던 내 성격은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진출한 기점으로(광탈되었지만!)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대학교에 오며 활발함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한동안 사회생활로 인해 쪄들어버린 나는 그런 밝음을, 긍정적임은 한동안은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덕팔이를 만나기 전. 까. 진...


많은 견주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강아지를 키우면 의도치 않게 사회적인 성격이 되어버리게 된다. 게다가 그 강아지가 활동적인 성격이라면 더욱더 주인을 강제로 외향적으로 바꾸어버리는 터닝포인트가 된다. MBTI로 따지자면 I 였던 사람이 E 가 되는 어메이징 한 일련의 과정을 겪는 것, 매직이 아니라 레알 참 트루로 일어난 경험담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다.


덕팔이의 무례함과 활발함은 언제나 나를 남에게 먼저 소개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는 한다.

사람들에게 친해지고자 다가가는 덕팔이의 직진본능은 나도 모르게 낯선 타인한테 부딪히게 하는 결과를 종종 낳고는 한다. '아이고, 저희 아이가 짖어서 죄송합니다. 얘가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요'라는 말을 속사포 랩처럼 내뱉게 되고, 이후의 순서는 대부분 '아니에요, 아이가 너무 귀엽네요' 등으로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과정으로 흐르게 된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친해진 동네 친구도 꽤 만들게 되었으니, 성인이 되어 만들어진 내 인연의 3할은 덕팔이 덕에 만들어진 견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덕팔이 덕에 만들어진 좋은 인연들은 더 나은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기본적으로 우울증 내지는 우울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올해는 급격하게 상승한 부동산과, 코로나 팬데믹 이슈 및 그에 따른 불경기 등으로 전 국민 10명 중 4명꼴로 우울증을 호소할 정도로 우울증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렸다고 할 정도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내 인생에서 바닥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던 작년, 같은 까만 강아지를 키운다는 이유로 하나 둘 알게 된 까뭉상사의 인연들은 내가 가진 고민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의 입장에서, 3자의 입장에서 크고 작은 조언을 주며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친구는 어디서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시선과 마음이 오래 머무는 사람 찾기는 콜드 브루 한잔 내리는 것만큼 오랜 시간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향기 나는 인연들 덕에 더욱 행복한 2020년이다.  


덕팔이는 다 계획이 있구나!

사람과 동물은 표현법이 다를 뿐, 결국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동일한 생명체라고 한다. 덕팔이는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표현이 아주 명확한 편! 덕팔이가 호감을 보이는 대상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덕팔이의 선에서 느껴지는 호감의 척도가 있는데 동물적인 감각의 보상 (먹을거라던가) 그런 기준은 아니다. 특이하게도  덕팔이는 상대방의 태도와 행동을 보는 습성이 있는데 본인 기준을 통과할 경우 마음을 바로 열고 배를 뒤집고는 한다. 그러니 만약 덕팔이가 좋아하는듯한 표현을 보인다면, 안심하세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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