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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Mar 21. 2020

내 이름은 이덕팔

촌므파탈 상남자라고욧

산책을 하다 보면 늘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덕팔이요’


나는 분명 덕.팔 이라고 이름을 말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 각각이다.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반응은 ‘네? 덕팔이라고요? 풋!’ 하는 웃음소리. 그리고 ‘덧팔이요? 돌팔이? 동팔이요?’ 라고 다시 물어보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사람들한테서 돌아오는 반응을 들으며 나 역시도 박장대소를 하고는 한다. ‘세상에, 우리 개 이름이 이렇게나 재밌는 소잿거리가 되다니! 작명 정말 잘했잖아?’라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콜라 > 대구 > 덕팔이

덕팔이 이름을 지은 사연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간단하다. 덕팔이를 보호하고 있던 대구 보경 동물병원에서는 콜라라는 임시 이름으로 불리었다. 공고기간이 끝난 후 우리 가족을 만난 콜라는 입양신청서에 대구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우리 가족 사상 최초로 대구까지 가게 되어 나름 기념비적인 이름으로 지역명을 붙이고 싶었고, 몸에 비해 지나치게 얼굴과 입이 크니 클’ 대’ 자에 입’ 구’를 붙여 대구라고 부르자는 아빠의 의견이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대구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 고민을 하다 엄마 아빠 집의 강아지인 덕구(숫자 9)의 동생이니 덕팔(숫자 8)로 지어야겠다는 결론을 내었다.


덕구는 애교 많은 말티즈. 노래를 잘한다는 특기가 있다.

조금 올드하긴 하지만 패션도 뉴트로가 대세인 요즘 촌스러운 이름도 다시 유행할거라는 기대에, 그리고 강아지 이름은 촌스러워야 오래 산다는 말에 작명 결정이 더욱더 쉬워진 것도 있다. 덕팔이는 실제로 생긴 것도 촌스럽다. 더벅머리를 한 채로 아침에 퉁퉁 부은 얼굴을 들이밀고 나를 깨울 때면 금방이라도 구수한 사투리로 ‘일어나슈, 사료값 벌어오슈’를 말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진짜로 말을 할 줄 안다면 아마 잔소리 많은 강아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랬더라면... 우린 많이 싸웠겠지. 

일어나슈! 둥근 해가 떴슈!!

큰 눈알을 요리조리 굴릴 때면 나 혼자 산다 의 양치승 관장이나 개그맨 김민교가 떠오르기도 한다. 덕팔이는 얼굴이 크고, 얼굴에 비해 몸이 작은 편이나 근육질로 딴딴한데 만일 덕팔이가 사람이었다면 완벽한 역도 선수형 체형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힘도 체력도 엄청 좋아서 체대 보냈으면 뭐라도 했을 거로 생각한다. 아마 말도 엄청 많고  친화력도 좋아서 체대에서도 과대 같은 것을 했을 듯하다. 종합해서 상상해보니 덕팔이가 사람이었더라면 여자 친구 사귀기에 많은 난항을 겪었을 듯. (그래도 분명 이런 특이 취향은 있었을꺼야...) 

번외: 곽미향을 닮은 모습도 있다

촌스러운 이름이라서 좋은 건 덕팔이 이름으로 택배를 받을 때다. 세상이 흉흉해져서 자취생들은 일부러 거친 이름으로 택배를 시킨다고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덕팔이 이름으로 택배를 받으면 항상 빵 터지기 때문이다. 택배 받는 개라니! 세상 많이 좋아졌어 하고 웃고는 한다. 한 번은 우체국 소포에서 택배를 받은 적 있는데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집 전담이셔서 전화해서 물어보신 적도 있었다. 강아지 이름이라고 설명해 드리자 그분도 빵 터지셨다. 덕팔이가 주는 웃음은 이렇게나 전파력이 크다.

머리를 묶으면 이렇게 건후를 닮은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덕팔이 이름을 잘못 외워 인연이 생긴 경우도 있다. 옆집 언니의 경우 아침마다 산책하는 덕팔이를 보고서 ‘돌팔이야!’라고 외우셨는데 몇 차례 '덕팔이에유!'라고 정정해주다 서로 집까지 오가는 좋은 사이가 되었다. 덕팔이가 주는 효과는 집과 회사 그리고 소수의 친구밖에 모르던 내 삶에 다양한 인연을 선물해주었다. 이쯤 되면 황용식과 동급까진 아니어도 반의반 정도는 따라잡은 것 아닌가요? ㅎㅎ 촌므파탈이 가져다주는 여러 긍정의 힘은 나의 삶마저 송두리째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나의 덕용식이 가져다줄 삶의 다양한 즐거움들이 기대된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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