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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Dec 30. 2019

까만 유기견을 입양하다

정성을 다해 키우는 것에 대한 보람은 강아지나 사람이나 또이또이다

30대로 접어든 내 친구들은 둘로 나뉜다. 아이를 키우거나, 강아지를 키우거나. 비혼은 아니지만 아직 결혼을 안 했고, 위의 갈래 중 후자에 속하는 삶을 살고 있는 덕팔이 누나 이야기'를 기억이 바래기 전 본격적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덕팔이를 만난 건 2018년 1월 유기견 보호소를 한데 연결해주는 앱 '포인 핸드'를 통해서였다. 

온순 활달함이라는 설명은 덕팔이의 성격을 엄청나게 축약한 것이었다


바로 전 년도인 2017년 11월 하늘나라로 보낸 아이와 너무 닮아 바로 입양을 해버린 덕팔이는,

기존 아이와 생김새만 비슷하고 모든 것이 달랐다. 강아지 강 씨 왈 사람 육아와 개 육아는 천지차이예요!라고 하지만 아직 사람 아이가 없는 나의 입장으로써는 싱글맘 이 되는 고충을 겪는 시기였다.  


아마도 많은 싱글 개엄마들이 공감할 사진


너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덕팔이를 보호하고 있던 대구 동물병원에서 처음 마주한 아이의 모습은 심쿵 그 자제였다. 정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한 세상의 모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맛있는 것만 먹여주고 싶어 지는 눈빛이었다. 허나 이 눈빛에 대한 해석은 나의 착각에 불과했다. 개나 사람이나 겪어봐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음을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런 천사같은 눈빛을 하고, 넌 내게 지옥맛을 보게 해주었어



아야아야아야 + 안돼! 안돼! 안돼! 


영구치가 나기 전의 강아지가 가진 이빨과 손톱의 공격성은 어마어마하다. 손톱이 훑고 지나간 허벅지에는 빨간 고속도로가 새겨지고, 장난 삼아 깨무는 엄지손가락에는 피가 송글 송글 맺히기 일수! 그리고 그들은 매일 깨물고 뜯을 것을 찾는다. 나름 소중한 것들을 숨겨둔다고 숨겨놨는데 퇴근 후 집에 오면 처참하게 갈기갈기 물어뜯긴 잔해들이 나를 반기는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미니멀리즘도 나쁘지 않겠군 하고 체념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이빨에 물려보지 않은 자, 말을 말아라!! 보기에만 귀여운 유치들

어미 강아지와 형제와 함께 자란 아이들의 경우 자라면서 적당한 선에서 물고 뜯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는데,

아마도 덕팔이를 포함한 많은 유기 강아지들은 이런 학습과정을 못 거치니 이는 주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처음에는 덕팔이를 같이 물어도 보고, 덕팔이가 정색할 때까지 괴롭혀도 봤지만 소용없다.

결국에는 우리 가족 모두 집에서 수면양말을 두 켤레씩 신고 다니며 덕팔이의 송곳니를 피해 다녔다.

보이는데로 물고 뜯고 씹고 어지른다! 뒷정리는 오로지 주인의 몫!


손이 안 가는 생명체는 거의 없겠지만 강아지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손이 간다. 아마 보호자들이라면 공감할 이야기일 텐데, 집이 조용한 순간이 제일 무서운 때다. 어디선가에서 가구를 갉갉 하고 있거나 큰 것을 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덕팔이가 1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안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수밖에 없닸다.


덕팔이가 갉아먹은 가구들을 엄마 아빠가 집에 오시기 전에 수습하느라고 우드 픽스를 사기를 몇 차례

덕팔이가 해쳐먹은 신발을 들고 울기를 몇 날 며칠 그리고 덕팔이가 똥 싸버린 카펫을 세탁소에 맞기 기를 몇십 회를 반복하며 나는 그 어떤 충격에도 참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정신승리, 득도가 아마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쳐서 잠듦


나는 신데렐라, 너는 개티스트 


깔끔하게 집안 청소를 하는 나의 성격을 못마땅해하는 덕팔이는 퇴근하는 나를 반기며 늘 본인이 만들어놓은 쓰레기와 어지름을 자랑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개+아티스트 = 개티스트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매일매일이 신데렐라 같은 생활의 연속이 되었고, 지나친 집안일로 손끝이 갈라지는 경험까지 했으니 앞으로 다가올 웬만한 시집살이는 가뿐하게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체험! 삶의 지옥을 미리 경험한 느낌이랄까. 


매일 매일 새로운 쓰레기 아트로 날 맞이해주시던 개티스트 덕선생


잠재적 퇴사 유발자


어린 강아지의 에너지는 정말 엄청나다. 밥을 주면 거지처럼 달려들어서 먹는 모습은 기록해두지 않은 게 정말 아쉬울 정도! 하모니카 불듯이 좌로 우로 훑으면 지나간 그 자리가 깨끗할 정도로 식욕이 넘쳐흐른다. 걔다가 애정은 또 얼마나 갈구하는지 엄마 아빠네 집에 있는 덕구 (사람한테 집착이 심한 몰티즈)가 스트레스로 인해 기관지 협착증이 올 정도였다.


이직으로 인해 엄마 아빠네 집에 맡겨둔 덕팔이를 나의 자취집으로 데려오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 그렇지만 서울로 온 덕팔이는 분리불안으로 인해 매일 아침 나의 출근길을 정말 힘들게 했다. 온 층이 떠나가게 짖고 우는 덕팔이를 보는 나도, 혼자 남겨진 덕팔이도 참 힘든 시간이었다.

퇴사를 부르는 덕팔이의 애교


결론 = 하늘 아래 같은 강아지는 없다


헤일로(이전에 키우던 아이)와 너무 닮아서 일단 데려온 덕팔이는 생김새만 빼고, 아니 생김새까지 모두 너무나도 다른 아이 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이 아이의 성장 기록을, 그리고 이 아이를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다시 브런치를 시작해본다!


그럼 여기서 1편 끝 -


여어, 구독 좀 해주지 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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