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4 - [나를보기]

by 도하루

코를 고는 습관이 있는지 몰랐다.


기숙사, 군대, 친구와 함께하는 자취
그 모든 잠자리에 있어서,
내가 코를 곤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는데,


어느 날, 한 때 애인이었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코를 골며 잔다고.


그래서 나 때문에 자는 것이 힘드냐고 물은 말에,
그 친구는 괜찮다고 했다.
자기는 누가 코를 골아도 잘 잔다고.


어느 날 혼자가 되었고,
집을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자게 되는 날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코를 고는지 안 고는지 알 수 없다.
사실 별로 알 필요도 없어졌다는 게 맞는 말일 수 있다.


그 친구랑 만날 당시,


나는 한 없이 최악의 상태였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수많은 일들에,
평생 책임을 지며 이겨내 왔던,
무너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정말 최악으로 무너져있었다.


그래서 코를 골게 된 게 아닐까 싶다.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긴장감에 그 어느 순간도 편하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코를 고는 습관은 나에게 위험신호였을지 모른다.


한 때 코를 골아도 괜찮다고 말했던 그 친구가
어느 날부터 그 밤 시간에, 코골이를 들으며, 눈물 흘렸다 하니.
모든 일에 있어 위험신호였지 않을까 싶다.
제발 그만 버티고 도망치라고.


혼자가 된 어느 날에 나는 잠을 자지 않았다.
몇 달을 겨우 하루에 한두 시간.
아마 그때는 코를 골지 않았을 것 같다.
이대로면 죽을지 모른다는 위험으로 빠진 잠에는
더 이상의 위험신호가 필요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요즘은 잠을 잘 잔다.
더 이상 내가 어떻게 자는지 말해줄 이가 없지만.
어쨌든 잘잔다.
가끔씩 자다가 깨서,
무언가 밀려오는 공허감에,
잠시 잠깐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해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잘 잔다.


어느 날에는 코 고는 누군가보다는 평안하게 자는 누군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위험요소도 없이.
고요하게.


그렇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아직 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