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다
촬영본은 한 달 뒤 방송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 방송하는 날 연락을 할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한 달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공유한 건 아니지만, 방송 촬영 때문에 단톡방을 만들었었고, 다행히 J는 오픈채팅이 아닌 실제 프로필로 단톡에 참여했던 터라 방송을 핑계로 내가 J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식사했어요?'로 카톡을 보냈고 J도 내 연락이 싫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칼답장을 받은 아니었지만, 꽤 성의 있게 문장으로 답변을 받았고, 며칠 동안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으니깐.
카톡창의 이야기가 쌓이면서 J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러닝 같이 하자고 제안도 했었는데 J는 직장 외 다른 스케줄이 있는지 러닝 약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 J가 정중히 거절했지만 나는 오기가 생겼고, 두 번 정도 더 물어봤다. J는 더 이상의 거절은 어려웠던지 짧지만 저녁시간에 5km 벙을 연다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는 즉시 벙을 만들었고, 다음 날 J를 포함해 네 명이서 한강에서 뛰었다. 약속 잡기 어려운 사람이니 러닝만 하고 해산하기 너무 아쉬웠고, J에게만 잠깐 남아달라고 하며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같이 마셨다. 그날의 '음료수'가 큰 역할을 한 걸까. J가 다음에 같이 뛰면 자기사 음료수를 사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면 직진밖에 모른다. 친구든 연인이든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먼저 다가가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그래서 J의 일과에 내 연락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길 바랐다. 물론 호감에서 멈추지 않고 연인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희망하면서 계속 J가 나의 연락에 익숙해지길 바랐다.
J는 연애로 발전하기 전 단계에서 자신이 먼저 고백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대부분 J에게 호감을 느낀 여성이 먼저 다가와서 친구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내가 오빠에게 선연락했을 때 부담이 없었지만, 그에게 다가간 속도는 정말 빨랐다고 했다. J는 나에게 오랫동안 본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마음을 확신할 수 있냐고 물었었다. 난 오빠에게 "이기적인 걸지도 모르지만, 난 내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좋아한다고 표현해~"라고 답변했었다. 난 항상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났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