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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화 Feb 10. 2024

독백, 나의 회고록. 03.

등가교환의 법칙.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것과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돌아가고 단연코 거저 주어지는 건 없다고 말한다.


나에게도 등가교환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있다.


누군가를 '나 혼자' 좋아하게 될 때. 즉 짝사랑이란 것을 할 때말이다.



나는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많이 미숙한데 그래서 어느 순간,

문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그 사람에게 많이 빠져있는 상태에 놓여있게 된다.


나의 시선이 자꾸 그 사람을 쫓고,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고, 하지만 부끄러워서 도망치게 되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자꾸 생각나고, 어쩌다 이야기라도 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지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고 나는 이렇게 답했고,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계속 떠올리게 되고.


그러다 마침내 그의 모든 것이 다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참 미련하게도.

나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그럼 그때부터 등가교환이 이뤄지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나는, 그 대가로 나를 좋아하는 법을 잃어버린다.

나를 좋아하지 않을 테니, 그 사람을 더욱 좋아하게 해 주세요. 하는 것 같이.



그 사람이 한없이 대단하고 멋있어 보일수록 나는 점점 작아졌고 초라해 보였다.

그 사람이 눈이 시릴정도로 환하게 빛나면 빛날수록 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하고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런 내가 감히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 걸까.

그 사람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도 못나고 볼품없는 사람 같았다.



어쩌다 그의 사소한 행동이 꽤나 달콤하게 느껴지면 나는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게 되는데, 그 순간 나는 나를 상처 입히기 시작한다. 행복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정신 차려. 그 사람이 너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이처럼 작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너를.


상처 주고 상처받고, 할퀴고 난도질하며 너무나도 컴컴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나를 추락시킨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나는 그렇게 너덜너덜 망신창이가 된다.

그만하고 싶어, 지치고 아파서 이제는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 하다가도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눈 녹듯 사르륵 다시 돌아가게 되어버린다.


불가항력같이. 그럼에도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해.


내가 고통스러워질수록 나는 그 사람을 절절히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된다. 나를 사정없이 상처 입히고 나는 더욱 너덜너덜해지고. 그럴수록 그는 칠흑 같은 밤하늘을 밝히는 별처럼 빛나고 그렇게 나에게서 더욱 멀어지고, 더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왕자를 사랑해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 사람을 앞으로 볼 수 없다거나, 아니면 그 사람에게 다른 소중한 사람이 생기거나 하지 않는 이상, 나는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점점 옭매이는 올가미와 같은 이 교환을 끝낼 수가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없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아야 나는, 다시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나의 등가교환.

나의 어쩔 도리 없는 아프고도 처절한 짝사랑의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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