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우울.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깊고 깊은 곳으로 나는 계속해서 가라앉는다, 조용히 잠긴다.
언제쯤 바닥에 닿을 수 있을까.
끝을 알 수 없어 무섭고 두려웠던 부유감이
이제는 누군가의 품에 안긴 것처럼, 오히려 감싸진 느낌이 들어
아, 나는 가라앉는 중인 걸까 아니면 그저 떠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봐도 이 안은 너무나도 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쩌다 들어온 빛 한줄기는 나에게 너무 포근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그럼 다시 눈을 감아 이유를 생각해
나는 아직도 여전히 도무지
모르겠어
나는 가라앉고 부유하고 흘러간다.
데굴데굴 굴러간다.
모나서 아팠던 곳은 이제 많이 깎여서
더 이상 모나지 않아 둥글해져서 아프지 않아
참는 거니 아니면, 정말 이제는 아프지 않아?
모르겠어 나는 그저 데굴데굴 굴러갈 뿐이야
어쩔 땐 가라앉고 어쩌다 부유할 뿐이야
이유가 없는 걸까, 이유를 모르는 걸까
그것마저 모르겠어, 나는 알 수가 없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알 수 없는 잠수를 계속 이어가
너는 다시 그 숨을 내뱉고 싶은 거니
작게 일다 사라지는 이 물기포를 내뱉는 것이 아닌
뜨겁고 강렬한 바람을 불고 싶은 거니
숨을 쉬고 싶은 거니
나는 지금 숨을 뱉고 있어
한 글자 한 글자
보글보글 그리고 톡
사라져 버려 나의 숨은 의미를 남기지 않고
물거품이 되어 빈껍데기의 문장만이 남아
너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니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어?
다시 또 알 수가 없어
그럼 나는 눈을 감고 부유하듯 가라앉아
이건 알 수 없는 우울
많은 걸 담고 많은 걸 무의미하게 만드는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바닥
쓰고 싶지 않았어. 나는, 글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정말?
응,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이렇게 또, 부끄러움을 하나 더 남긴다.
고요 속의 외침, 일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