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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화 Feb 22. 2024

독백, 나의 회고록. 07.

말웅덩이.


톡. 그리고 다시 톡.


오늘도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이

웅덩이에 떨어진다. 모아져서 쌓여간다.



말이 되지 못한 그것은

바로 앞에서 갈 곳을 잃고

목 안에서 혀 끝에서 방황하고 망설이다



끝내 내딛지 못한 한 걸음이

그대로 공허가 되어 한없이 떨어진다


웅덩이 속으로 속절없이

추락한다



파동이 되어 메아리를 남긴다

듣는 이가 없어진 메아리를

오직 나만이 듣는다



깊어진 웅덩이는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제발 이 웅덩이를 밟아줘

사정없이 튀어나가게 해 줘

우리를 여기서 꺼내줘


누군가 세차게 밟는다

말방울들이 사방으로 번져나가 주변을 물들인다

그들은 속절없이 당한다

나의 말방울을 맞은 그들의 표정을 나는 볼 수 없다



정말 그러고 싶은 거니?



웅덩이는 잔잔하고 고요하게 나를 바라본다

다시 또 떨어질 말방울을 그렇게 기다린다



톡. 그리고 다시 톡.

떨어진다. 모아진다. 쌓여진다.


목소리가 되지 못한 나의 마음.

방울이 되어 떨어진 그것들.



나의 웅덩이.

깊고도 깊어 보이지 않는

메아리. 파동. 침묵. 말이 되지 못한.

그 무언가의 집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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