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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화 Mar 01. 2024

독백, 나의 회고록. 08.

나를 미워해.


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떤 말을 꺼낸 들 그것은

변명이 될 테니까.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는 얼굴로 그는

나를 바라보며 얘기했고

나는 그 얼굴을, 그의 속마음을 보며

내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나는 사실 이 순간을

기다렸을지도 몰라


모든 게 드러나고 밝혀지는 순간을



모든 게 드러나고 밝혀졌을까?

나는 그것을 모르겠어 아마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어느 누군가의 시점일지라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입을 가만히 꾹 다문채 그저 동요하고 동조하며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나는 그렇게

솎아들어갈거야 아마도

그들의 가십거리가 될 거야

부풀려지고 펑 튀겨져서 아주

짭조름하고 맛있는 팝콘이 될 거야

그들은 나를 아작아작 씹을 거야

나는 아작아작 씹힐 거야

나를 씹어줘

나의 형태를 없애줘



애초에

나의 형태는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나는 아무 형태도 없어져

그들의 말에 나는 하염없이 휘둘려



내 눈앞에 당신

나를 무엇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나도, 그도 , 당신도 아마도 결국엔

어떠한 단어도 꺼낼 수 없어

그저 그저 그저 나는



아무 기대감 없는 그의 얼굴

나의 약점을 잡았다는 그의 얼굴

그것은 과연 나의 약점이었을까



나는 모르겠어 여전히 모르겠어

외치고 외쳐 나는



지겹고 지겨워

나도 그들도 당신도




무엇일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저 상처 주고 싶었던 걸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걸까 이것엔



나는 여전히 모르겠어

당신이 그가 누군가 말했듯



나는 알고 싶은 걸까

알고 싶지 않은 걸까 그저

모든 게






버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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