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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누 Nov 01. 2019

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따라쟁이_Start

내가 처음으로 술을 먹은 것이 언제였을까?


아마도 6~7살의 어느 해로 기억한다. (사실 술은 아니였다.)

더운 여름에 나는 할아버지 댁에 맡겨졌다.

할아버지께서는 오전에 밭을 메고, 더위를 피해 집으로 돌아오시면 앞,뒷문을 모두 열어두고,

부채질을 하며 "가서 막거리 한 주잔자 받아와라"고 시키셨다.

집 바로 앞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정미소에서 조그맣게 양조장도 운영을 했었던 것 같다.

아저씨가 주전자를 받아들고 막걸리를 담으러 안 쪽으로 들어가고,

나는 이리 저리 주변을 둘러봤었다.

그 때 눈에 띄었던 것이 커다란 체 위에 하얀 술밑이었다.

달콤한 냄새도 나고, 밥같기도 하고...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조금 떼어서 먹었더니...

그 맛이 시큼하면서 달콤했다.

먹기 싫은 맛은 아니라서 한 움큼지고 더 먹었더니,

집에 오는 길이 어질어질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의 기억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아리 3학년 선배들의 수능 100일 주를 마시는 날이었다.

 지금도 수능 100일 주를 마시는 친구들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릴 때는 수능을 100일 앞두고 술을 진탕 마시고 '열공'의 의지를 다졌었다.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 방에 가니,

캡틴Q, 마주앙, 맥주, 소주, 전통주 등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 때 처음 선배들이 주는 와인(마주앙)을 한 잔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좋은 기분에 술을 몇 잔 더 마셨던 같기도 하고...

기억은 사라지고, 쓰러졌고, 일어나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정작 나의 고3 생활에는 100일 주를 마신 기억이 없다...)


그 다음이 대학교 입학식 날이었던 것 같다.

수업은 안하고 대낮부터 쪽닭(닭을 조각조각 내서 살보다 튀김 옷이 100배는 두꺼웠던...)집에서

부어라 마셔라 마시면서...'뭐가 좋다고 이걸 마시는 거지?'라며 한심한 눈빛으로 선배를 쳐다봤다.

그 때도 소주 한 병 반 정도에 쓰러졌고,

누군가의 차에 실려 집으로 모셔(?)졌던 기억이 난다.


그 때까지 술은 정말 정말 할 일이 없으면 마시는 것이었다.

당구를 친다거나, 스타크래프트를 한다거나,

여자친구와 영화를 본다거나...무슨 일이든 할게 있으면...

굳이 찾지 않았던 'Out-side'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 술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에 '인싸'가 되었다.

지금 나에게 술은...

병원에서 물어보면 주 2회를 만나는 존재이고,

아내가 물어보면 주 3회를 만나는 존재이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주 4회를 만나는 존재이고,

실제로는 주 6회를 만나는 존재이다.


왜 갑자기 내게 술은 없으면 안되는 존재가 되었는가?

술을 매일 마시면 어떤 기분인가?

술을 매일 마시면 건강은 얼마나 나빠지는가?

왜 나는 이제 술을 끊으려고 하는가?


그 이야기를 남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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