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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누 Nov 09. 2019

서울이 지방보다 좋은 이유

서울에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39년을 대구에만 살았다.

중간에 잠깐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살아봤지만,

그건 겨우 몇 달에서 1년 정도에 불과했다.

서울에 한 번 살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서울이 지방보다 좋은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1. 서울말을 익힐 수 있다.

주말마다 서울에서 대구로 왔다갔다하고 있지만,

3년 가까이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내 말을 잘 못알아듣고,

여전히 처음 만나는 사람은 "집이 경상도신가요?"라고 묻고,

강의를 나가면 "티는 안나서 잘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대구사람입니다."라는 농담으로 오프닝을 열면서 '사투리가 심하니, 적당히 알아서 양해하고 들어달라'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대학 때부터 서울에서 19년째 살고 있는

어릴적 친구들은 여전히 나를 만나면 사투리 일색이다.

하지만 업무 중이나 서울 사람들이 섞이면

좀 더 '세련된', 나처럼 '촌티나지' 않는 말을 쓰는 걸 보면 조금은 부럽다.

내가 서울에서 살면 나는 별로 안 바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들은 서울말 좀 배우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다시 대구에 와서 살아도 좀 더 '세련된' 말을 쓰지 않을까?

여자친구도 좀 쉽게 사귀고 말이다 : )


2. 문화생활을 많이 할 수 있다.

뮤직컬 '지킬 앤 하이드'가 대구에서 공연을 한다.

길면 열 흘, 짧으면 겨우 이틀 정도 공연이 진행된다.

서울에서 배우와 스텝들이 대구에 내려와서 공연을 하려면

숙박비, 식비, 장비 운반비, 보관비 등등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오래오래 머무르면서 공연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브로드웨이 공연팀이 한국에 와서

꼴랑 서울만 몇 일 머물면서 '월드 투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똑같은 공연이 서울에서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육개월에 걸쳐서 한다.

대구에서는 표를 구하기도 어렵고, 공연장에 사람들도 터져나간다.

하지만 긴 시간을 두고 공연을 하니,

서울에서는 여유가 있다.

그것 뿐만인가 공연장도 세련되고,

문화수준도 조금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더해서 서울에서는 공연도 많이 한다.

대학로 연극공연의 숫자와 질은 대구의 연극판과는 다르다.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블루스퀘어, FAN 스퀘어 등 수 많은 공연장에서 쉴새없이 열린다.

공급이 많다보니 가격도 싸다.

툭하면 통신사 할인, 무슨 회사 문화의 날 등의 이유로 할인 행사를 한다.

조기예매 할인, 마티네 할인, 공연 막바지에는 떨이판매처럼 팔기도 하고...

특히나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가족 공연들은 비교가 안된다.

공연 문화와 감동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면 매주 한 편씩 봐도 다 못 볼 정도다.

지난 번에 우리 아이들이 서울에 와서 1주일 머무른적이 있다.

나는 격일로 공연을 보여줬다.

그만큼 대구에서는 (지방이 다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은 접하기 쉽지 않다.


3.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회사 동료가 어디에 살고, 출퇴근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본다고 치자.

대구에서 살았으면  "저는 OO동에 살아요. 버스로 2정거장 정도인데 걸어서 오기엔 좀 애매해요"

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는 OO동에 살아요. '킥고잉'이나 '라임'타고 10분정도?"라고 말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봄, 가을에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전동킥보드 라이딩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로운 IT 트랜드가 어떤지, 다른 공유 경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더 나아가 앞으로 공유 경제 시장이 어떻게 바뀔 것이고, 사업적 성공 가능성은 어떤지?

이런 이야기들까지 하게된다.

2014년, 류승룡씨가 나오는 광고를 보고, '배달의민족'을 처음 알게 되었다.

대구에 있는 모 회사를 다녔는데, 막내인 내가 '배달의민족' 앱을 이용하여 야식을 시켰다.

정말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경외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순간 앱하나로 얼리어댑터에 IT인이 된 듯 우쭐했었다.

그런데...'배달의민족' 앱은 2010년에 런칭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대구에서 모두가 얼리어댑터로 나를 쳐다봤는데...

사실은 4년 전에 나온 앱이었다니...4년 전에 김봉진님이 생각한 아이디어라니...

지금 다른 모든 IT사업 아이템들이 그렇다.

'킥고잉'이니, '고스트키친'이니, '세탁특공대'니, 뭐니뭐니...

그런 것들이 대구에는 전혀 없다. 모른다.

(서울에 살면서 주말에만 오는 나로써는 사실 불편할 정도다.)

이런 것들을 아이들이 접하면 좋을 것 같다.

신문이나 과학관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4차 산업혁명을 배웠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애플'이니, 'MS'니 이런 회사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큰 내수시장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타트업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고, 접했기 때문이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가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가라'는 옛말 하나 틀린 것 없다.

서울에는 여전히 지방보다 몇 년은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가고 있다.


4. 뭐든 다 스케일이 크다.

사실 서울에 있는데 부산이나 대구 등 광역시에 없는 것은 잘 없다.

예를 들어 국립과천과학관? 대구에도 국립대구과학관이 있다.

(그리고 참고로 내가 가본 과학관 중에는 부산이 제일이더라.)

예술의 전당? 대구에도 오페라극장이 있다.

경복궁? 대구에는 경상감영공원이 있고, 박물관도 있고, 미술관도 있고, 동물원도 있고,

광역시에도 있을 건 다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규모가 작고 기획전시관은 항상 텅~ 비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일단 서울은 뭐든 다 스케일이 크다.

공원도 크고, 강변도 크고, 박물관도 크고, 여튼 뭐든 다 크다.


5. 위성도시(성남, 용인, 과천, 파주 등등)까지 포함하면 가볼만한 곳이 정말 많다.

지방 광역시의 장점은 교통체증없이 위성도시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에서 30Km정도 떨어진 도시에 유명한 무언가를 보려고 한다면,

길어야 1시간 짧으면 30분 내에 도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잠실에서 고양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에 간다고 본다면,

짧아야 1시간에서 길면 2시간은 걸린다.

하지만 교통체증을 각오하고라도 떠난다면!

정말 갈 곳이 많다.

파주, 문산, 동두천, 의정부하면 군부대만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도 아이들과 함께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여름에는 가평도 가고, 멀리 강원도도 가고, 서해안도 갈 수 있고...

확실히 서울에 있으면 아빠들이 운전하기 피곤은 하겠지만, 차는 밀리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다.


6. 없는 음식이 없다.

주말에 우육면이 먹고 싶었다.

배달의민족에게 불어보니 대구에는 배달하는 가게가 없단다.

네이버에게 물어보니 대구에는 딱 한군데가 검색이 되었다.

신세계백화점 안에...

문제는 주말 저녁 신세계백화점을 가는 것은 '주차에 1시간 이상 사용할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포기했다.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회사 근처에서 먹으면 되니까.

15년 전에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에 먹었던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있었다.

이름마저 기억은 안나는데 그 맛은 잊지 못했다.

난 한국에 살면서 그 음식은 절대 다시 못 먹을 줄 알았으면,

언젠간 내가 동구권이나 영국에 간다면 꼭 먹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지난 번에 우연히 서울에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에서 그 음식을 영접했다.

서울에는 없는 음식도 없고, 없는 체인점도 없다.

물론 대구에 있는데 서울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음식도 있다.

예를 들어 닭똥집 튀김이나 돼지 막창 같은 것.

그리고 나는 마산,창원, 밀양에서 먹은 돼지국밥보다 맛있는 돼지국밥을 서울/경기 어디서도

절대 먹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즉 지방에도 맛있는 음식과 고유의 음식들이 많다.

하지만 그 숫자는 몇 안된다.

그리고 굳이 찾아서 먹으려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는 없는 음식이 없다.

그리고 수많은 신생 체인점을 보면서 트랜드를 알 수도 있다.

홍대 타이거슈가를 처음 알았을 때,

내가 대구에 와서 흑당버블밀크티 장사를 했으면 난 트랜드 세터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사업의 기회와 시각이 넓어진다.

넒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아이가 접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서울 살기는 추천하고 싶다.


7. 취미생활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배울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서핑을 배우고 싶었다. 대구 근처에도 '포항'이라는 곳에서 배울 수 있었다.

서울 사람들이 '양양'에 가는 것에 비해 훨씬 가깝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에 함께 서핑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생각을 거의 안하고 산다. 내가 서핑을 배우자니..."우리나라에서?"라는 분도 계셨다.

서울에 사는 후배들은 퇴근 후에 칵테일 주조니, 수제 맥주 만들기니,

코딩이니 뭐니 많이들 배우러 가는 것을 봤다.

어른들이 배우니, 아이들도 따라 악기도 배우고, 미술도 배운다.

쉽게 접하는 것만큼 좋은 교육 방향은 없는 것 같다.


8. 주말부부라면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

나는 주말부부다.

주말마다 서울-대구를 왔다갔다 하기 위해 기차비용이 들고,

서울에서 혼자 원룸을 얻어 살기 위해 월세가 들어간다.

저녁을 혼자 먹으니 또 돈이 들기도 하고 뭐든 돈이 꽤 들어간다.

서울에서 온 가족이 생활하면 지방보다 확실히 생활비가 많이 들어간다.

내가 당장 서울살이와 대구생활을 하면서 비교해봐도 확실히 '서울이 비싸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로 두 집을 사는 것보다 생활비는 줄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에 산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빠르게 접하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이런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참 좋은 것 같다.

서울로 이사를 가기 위해 좀 알아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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