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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누 Jan 24. 2020

입맛에 딱 맞는 자소서 쓰는 노하우

나만의 냉장고를 만들어라.

유명 연예인의 냉장고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로 어떤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 인기 TV 프로그램은 게스트로 초대된 연예인의 냉장고를 스튜디오에 가져와 제한시간 내 셰프들이 냉장고 속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어요.(지금은 종방했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나만의 냉장고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만 알면 쉽게 잘 쓸수 있어요. 나만의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스토리를 ‘얼마나 멋지게 가공해내는가’ 그리고 그 가공물이 ‘채용담당자의 시선을 어떻게 끌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자기소개서를 써보는 노하우를 공유해볼까해요.


Step 1. 나만의 냉장고 만들기

인생에서 헛되이 흘러가는 시간은 없어요. 잊을 수 없는 스토리와 의미, 주변 사람과의 추억이 담겨있죠. 가만히 앉아 그 시간을 되뇌어 보며, 노트에 본인의 인생을 적어 봐요. 유치하고, 하찮다고 생각되는 사소한 일도 일단 적어보는 거죠. 내가 몰랐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초등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 자전거를 두고 와서 엄마에게 혼난 일, 중학교 때 친구들과 쉬는 시간만 되면 10분 간 공을 차기 위해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던 일, 고등학교 CA시간에 친구들과 의견 충돌이 있었던 일 등이요. 대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간 여행, 해외자원봉사활동, 국내 봉사활동,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밤새 공부한 기억 등 기억을 더듬어보면 20개 이상의 추억을 적을 수 있을 거에요.


이제부터 이 추억들이 나만의 멋진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맛있는 재료가 되는 거에요. 재료가 20가지 이상 준비되어 있으니, 이리저리 섞어서 어떤 유형의 질문에도 멋진 자기소개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죠.


Step 2. 채용담당자의 입맛 파악하기

자기소개서의 질문은 채용담당자들이 ‘어떻게 하면 지원자의 인성, 직무지식, 직무적합도 등을 파악할 수 있을까?’ 하는 각고의 고민 끝에 나온 것들이에요. (진심으로 채용을 담당하는 이들이 몇 날을 혹은 지속적인 고민의 결과에요) 고민을 하다보니 질문이 복잡합니다. 짧은 질문 안에 수 많은 의미를 집어 넣어 놨어요. 우리가 해야할 것은 첫번째로 '질문 속 숨은 채용담당자의 입맛(생각, 원하는 바)'을 찾아내는 거에요. 


예를 들어 ‘힘들었던 상황이나 인생 최고의 순간을 포함해 본인의 성장과정을 작성하라’는 문항이 있다면, 1차적으로 ‘성장과정에 대해 나만의 스토리를 담아서 쓰라’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가치관과 목표의식, 성격에 대해 써야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채용담당자가 제출한 질문의 2차적 요지까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을 한거에요.


채용담당자들이 '몇 초 만에 서류를 본다'라는 얘기 들어봤죠? 이 분들이 AI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채용담당자들은 우선 자기소개서를 쓱~ 훑어봐요. 순간 찾죠. 뭐를? '내가 원했던 2차적 요지까지 파악을 해서 질문에 답을 했느냐?' 근데 그게 없죠? 그럼 읽을 필요도 없죠. 직장생활하면서 내가 던진 질문의 행간을 파악해서 답할 능력도 없는 지원자와 일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아. 그런데 질문에 대한 답을 그럭저럭 잘 적은 거 같아요. 그럼? 내가 예상한 답을 적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패턴이 있는 지 조금 더 꼼꼼히 살펴봐요. 채용담당자들은 질문을 던지면서, '이 질문에 일반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쓸꺼 같은데...그럼 너무 루틴할텐데'라는 결론도 생각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채용담당자들이 예상 못한 패턴으로 작성된 글을 좋아해요. 호기심이죠. 채용담당자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재밌는 글을 쓰는 거에요. 읽는 사람(화자, 채용담당자 또는 현업 평가자)이 절대 지루하지 않게 쓰는 게 중요해요.


객관적 수치는 아니지만 경험상,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지원자는 10% 내외 쯤 되요. 사실 그 정도가 서류에 합격을 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질문의 행간 의미만 제대로 파악하고 글을 써도 서류합격에는 어렵지 않아요. 근데 간혹 '이 지원자는 만나보고 싶다'라고 느껴지는 자기소개서가 있어요. 이런 자소서는 한 0.2%쯤 되는 것 같아요.


Step 3. 재료를 꺼내, 손질하고 요리하기

이제 재료를 손질할 차례입니다. 예를들어 금융회사 지원자인데 단점에 대해 써야 한다면 어떻게할까요? 장점과 같은 단점을 적거나, 2~300자 이내로 짧게 소개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본인이 어떤 단점이 있고,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현재 어떤 상황인가를 적는 것입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최고가 되기 위해 발전해 나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절 자전거를 잃어버린 작은 추억으로 예를 들어 볼까요? (금융회사 지원자에게 가장 크리티컬할 수 있는 단점일 수도 있어요. 덜렁거림)


  

OOO이 알려주는 덜렁거림 극복방법!


초등학교 때,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놀았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 놓고 온 자전거가 떠올라 학교로 돌아가봤지만 이미 누군가 가지고 갔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잊어 버리는 경향이 있어, 어릴 때부터 메모를 하고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기 전에 꼭 2분 정도 현재 빠진 일이 없는 지 생각해보는 저만의 ‘리마인드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일어나면서 항상 주변을 둘러보고, 빠진 물건을 챙겨줍니다. OO회사에 입사해 항상 주변을 살피며 선배님을 잘 모시고, 업무도 꼼꼼하게 챙겨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먼저 제목으로 단점과 단점 극복 방법에 대해 임팩트를 줘 내가 쓰는 글의 의도를 알리고, 상황 + 노력 + 조직 기여 수순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Step 4. 채용담당자의 입맛에 맞추기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면, 최종 단계는 간 맞추기입니다. 손질된 재료를 항목에 맞게 넣고, 글자수와 문법을 조정하고, 사이사이 적절하게 회사의 이름을 삽입하고, 필요 없는 어구는 삭제, 재미와 흥미는 가미하면 됩니다. 이 부분은 너무 많이 들었을 거 같네요.


수 많은 회사들의 인재상에 맞춰서 글을 적자면 쉽지는 않지만, 사실 이 인재상도 몇 가지로 함축됩니다. 자기소개서 작성 할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 하지만 나만의 냉장고만 있다면 절대 걱정 없을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 어렵지 않아요. 자기만의 냉장고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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