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내향인 전용 알림장치

by 만능다람쥐

내향인 전용 에너지 위험 알림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에너지 고갈 수준이 되면 미리 경고 알림을 주는 장치.


최근 사람을 많이 만났다.

싫어하는 사람도, 억지로 만난 사람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내가 먼저 잡은 약속도 있었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침대 속으로 들어가 잠만 자고 싶은 기분이 든다. 사람을 만날 에너지가 사라진 것이다. 이때는 한없이 좋아진 기분을 다시 0으로 맞추려는 듯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올라온다. 이 상태로 사람을 만나면 모든 게 맘에 안 들고,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 조차 일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한숨이 푹푹 나오고, 얼굴에 표정이 없어진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나타난다.

누군가의 약함과 미숙함을 포용하지 못하는 나의 미숙함이 나타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튀어나오는 이런 모습이 사실은 나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내가 원래 이렇게 나쁜 사람이었지'


이런 나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나에게 고민을 터놓는 사람들을 외면한다.

나와 놀고 싶은 사람들을 밀어내고,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한다.


나를 찾아준 사람들을 받아줄 에너지조차 없는 힘없는 나의 모습을 다시 미워한다.


나의 탓이 아니다.

그냥 내가 에너지가 없어서 그런거다.

다시 힘이 생기면 잘 해줄거다.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그래 라는 핑계 뒤로 숨어버리는 것 같아서.


언제쯤 나는 성숙하게 나의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을까.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기 전에 경고를 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성숙하게 내 주변 사람들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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